[로팩트 신종철 기자] 국회의원 총선 예비후보 등록에 근접한 시점에 유권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면,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이 없더라도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5년 12월 15일 목포시 선거구에 국민의당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 그런데 2015년 11월 7일부터 2016년 2월 12일경까지 인터넷 문자 발송 사이트를 이용해 선거구민들을 상대로 64회에 걸쳐 총 2만 7765건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불법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이같이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며 소요된 경비 124만원을 자신의 선거를 돕던 B씨가 운영하는 회사 명의의 계좌를 통해 가상계좌를 충전해 지출함으로써 정치자금 부정수수로 인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받았다.
1심은 모든 혐의를 유죄로 보고 A씨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범죄일람표 가운데 일부 문자메시지의 전송행위에 관해 공직선거법 위반(자동 동보통신에 의한 문자메시지 전송방법 위반,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배부, 사전선거운동)과 정치자금 부정수수로 인한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해 벌금 50만원으로 감형했다.
2심 재판부는 “선거인의 관점에서 위 문자메시지 전송행위가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피고인 A씨의 당선을 도모하는 행위임을 명백히 인식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고 보기 부족하므로 피고인들의 행위가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
| 대법원 소법정 |
재판부는 “적어도 예비후보 등록일(2015년 12월 15일)에 근접해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행위의 경우 직접 선거를 언급하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더라도, 그 시점과 방법, 경위, 상대방 등에 비춰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예비후보자등록을 마치고 선거사무소를 개소한 무렵, 선거인 2만 441명에게 예비후보자등록 사실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는 등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시작했다”며 “피고인은 예비후보자 신분으로 포럼이나 모임, 행사 등에 참석해 선거인과 접촉한 당일이나 다음날에 성명을 명기해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등의 정치적 포부를 담아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이런 문자메시지 전송행위는 선거운동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탈법방법 문서배부행위로 인한 선거법 위반에 대해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에 따르면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한 행위’라면 본죄를 구성하므로, 그 행위가 선거운동에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며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치자금 부정수수로 인한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 재판부는 “문자메시지 전송행위가 ‘선거운동’에 이르지 않더라도 ‘정치활동’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문자메시지 전송경비로 사용하기 위해 가상계좌에 충전한 금전은 정치활동에 드는 비용으로 정치자금에 해당할 수 있다”며 “원심은 정치자금에 해당하는지를 심리 판단해 봐야 한다”며 파기환송했다.
한편,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자동 동보통신(同報通信)의 방법으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는 행위와 관련해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의 해석ㆍ판단기준을 명확히 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신종철 기자 master@lawfac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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