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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법무부, ‘무죄구형’ 임은정 검사 징계 취소하라”

임은정,
 [로팩트 신종철 기자] 과거사 재심사건에서 백지구형 하라’, ‘사건을 다른 검사에게 넘기라는 부장검사의 지시를 어기고 무죄구형을 했다는 이유로 정직 징계처분을 받았던 임은정(사법연수원 30) 검사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한 징계처분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임은정 검사는 현재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로 일하고 있다.

(사진=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사건은 이렇다. 201212월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소속 임은정 검사는 자신이 맡게 된 윤길중 재심사건’(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서 등을 토대로 재심결정된 사건)에 관해 상급자인 공판2부장의 이른바 백지구형’(법과 원칙에 따른 선고를 구한다) 지시에도 불구하고 백지구형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무죄구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19615.16군사쿠데타 세력에 의해 조작된 통일사회당 사건으로 당사자인 윤길중 전 진보당 간사는 당시 혁명재판소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안양교도소에서 7년의 옥고를 치르고 1968년 출감했다. 윤길중씨는 2001년 사망했고,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재심결정으로 유족들이 재심을 청구해 법원이 받아들인 사건이다.

그러자 공판2부장이 재심사건을 다른 검사가 담당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임은정 검사는 다른 검사가 법정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검사 출입문을 잠근 상태에서 재심사건 공판기일에서 무죄 의견을 진술했다. 또한 검찰 내부게시판에 자신의 행동 경위와 심정 등을 토로한 글을 예약 게재하고, 당일 일찍 퇴근했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20132월 임은정 검사의 행동을 이유로 정직 4월의 징계 의결을 했고, 이에 따라 정직 4월의 징계처분이 내려졌다.

징계사유는 이렇다. 공판2부장은 20121221일 윤길중 재심사건을 이OO 검사에게 담당하도록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임은정 검사가 부장의 직무상 지시를 따르지 않은 채 12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정에 무단으로 참석해 무죄구형을 함으로써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징계사유 1)

또 임은정 검사는 위와 같이 법정의 검사 출입문을 닫아 이OO 검사의 법정 출입을 막고 구형을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다. (징계사유 2)

여기에다 임은정 검사는 검찰 내부 게시판(이프로스)에 검찰이 부당한 구형을 하고 과거사에 대한 입장도 잘못됐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징계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예약 게시해, 이프로스에 공개되고 외부로 전파되도록 함으로써 검찰 조직 내부의 혼란을 초래하고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게 하는 등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시켰다는 것이다. (징계사유 3)

또한 무죄구형을 한 당일 오후 2시부터 오후 반일연가를 사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단으로 구형하는 등 법원에 머물다가 오후 반일연가를 이유로 12:00경 법원에서 바로 퇴근함으로써 성실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징계사유 4)

정직 징계처분을 받은 임은정 검사는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징계처분취소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 제11(재판장 문준필 부장판사)20142법무부장관은 징계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에 법무부가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7행정부(재판장 민중기 부장판사)2014111심과 같이 징계를 취소하라며 임은정 검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징계사유 4가지 중 3가지를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재판부는 이 사건 직무이전명령은 직무이전권한이 없는 공판2부장이 한 것이어서 위법하고, ‘백지구형지시도 위법하므로 징계사유는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연가부분에 대해서만 징계사유는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에 대한 정직 4월의 징계는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임은정 검사 손 들어줘  

이에 법무부장관이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3(주심 이기택 대법관)1031일 정직 4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은 임은정 검사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법무부장관의 상고를 기각하며 임은정 검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의 쟁점은 공판 부장검사가 담당 공판검사인 원고 대신 다른 검사에게 그 사건에 관해 의견진술을 하도록 한 지시가 검찰청의 장 등의 권한인 직무이전명령의 위임에 따른 적법한 지시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이다.

재판부는 검찰청법의 개정 취지와 목적, 규정 체계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상급자의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해 이의한 상황에서 검찰청의 장이 아닌 상급자가 그 이의를 제기한 사건에 관한 검사의 직무를 다른 검사에게 이전하기 위해서는 검사 직무의 이전에 관한 검찰청의 장의 구체적개별적인 위임이나 그러한 상황에서의 검사 직무의 이전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한 위임규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결국 이 사건 직무이전명령은 권한 없는 사람(공판2부장)에 의한 것이어서 위법하므로 임은정 검사가 이를 따르지 않았다 하더라도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따라서 이 사건 직무이전명령을 따르지 않았음을 징계사유로 하는 제1, 2 징계사유는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 2징계사유로 삼은 원고의 직무상 의무위반 행위는 원고가 직무이전명령을 따르지 않고 다른 검사에게 직무가 이전된 재심사건의 공판에 참여하고, 법정 출입문을 잠금으로써 원고의 직무를 이전받은 다른 검사의 직무를 방해한 행위만을 포함하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원고가 백지구형지시에 따르지 않았다거나 무죄구형을 했다는 사실까지 징계사유 내지 핵심적 양정사유로 삼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백지구형 지시는 원고가 따라야 하는 적법한 지시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그에 따르지 않은 원고의 행위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원고가 검찰 내부게시판(이프로스)에 글을 게시한 행위는 그 게재 경위,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검찰조직 내부에 혼란을 일으키거나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여 검사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국 이 사건 징계처분의 징계사유로 인정되는 사유는 제4 징계사유(근무시간 위반행위)이라며 그런데 위반의 내용과 그로 인한 영향의 정도, 일반적으로 적용해온 징계의 기준, 원고의 직위와 그 동안의 행적 및 근무성적, 징계처분으로 인한 불이익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원고의 직무 권한을 정지하는 징계처분은 그 비위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과중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은정 검사는 2007공판업무 유공으로 검찰총장상을 받았다. 2012년에는 수사와 공판업무의 전문성 그리고 소신과 열정을 인정받아 법무부에서 우수여성검사로 선정해 서울중앙지검 공판부에 배치했었다.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사는 구체적 사건에 관한 상급자의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한편,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검찰청법 개정취지를 고려하면, 검사가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상급자의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해 이의한 상황에서 검찰청의 장이 아닌 상급자가 그 이의를 제기한 검사를 직무에서 배제하는 직무이전명령을 하기 위해서는 검찰청의 장으로부터 검사 직무 이전에 관한 권한을 구체적개별적으로 위임받거나 그러한 상황에서의 검사 직무의 이전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한 위임규정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신종철 기자 master@lawfac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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