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신종철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사기극으로 당선된 가짜 대통령’ 등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등 물의를 빚어 파면된 부산대 전 교수가 파면 무효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망인에 대한 악의적 모함으로, 교수 신분을 박탈하는 게 맞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교수는 2015년 6월 대학 강의실에서 수강생 20여명에게 강의하던 중 “노무현은 전자개표기 사기극으로 당선된 가짜 대통령이다. 자네들이 노무현의 전자개표기 사기극 사건을 맡은 대법관이라면 어떻게 판결문을 쓸 것인지 리포트를 제출하라”고 발언했다.
A교수는 또 보수 인터넷사이트에 “전자개표기 사기극 노무현 사건이 부산대 학생들에 의해 밝혀질 것이다”라는 등의 글을 올렸다.
이에 부산대 총학생회는 리포트 취소 및 학생들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A교수의 강의권 남용과 학습권 침해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 이에 부산대학교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A교수의 강의에 대해 조사했다.
부산대 총장은 2015년 11월 교육공무원일반징계위원회에 A교수에 대한 중징계 의결을 요구했고, 징계위원회는 2016년 1월 관련 형사사건이 재판 진행 중이므로 정확한 징계양정을 위해 형사사건 1심 판결 선고 시까지 의결을 보류했다.
A교수는 이 사건과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의 고소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2016년 8월 부산지방법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검사와 A교수가 모두 항소해 현재 항소심 계속 중이다.
부산대 징계위원회는 2016년 10월 “A교수가 교육공무원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학생들의 헌법상 권리(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자, 교육기본법 제6조(교육의 중립성), 형법 제308조(사자의 명예훼손)의 관련 법령을 준수하지 않아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의무)를 위반해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A교수에 대해 파면처분을 의결했다.
부산대총장도 징계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A교수에게 파면처분을 했다. A교수는 파면처분에 대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심사위원회는 지난 1월 A교수의 소청심사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자 A씨는 법원에 파면처분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전자개표기 오작동 및 문제점에 대해 전적으로 확신하고 있고, 원고에게는 허위사실을 적시한다는 사자명예훼손에 대한 고의 또는 미필적 고의조차 없었다. 또한 관련 형사재판이 계속 중이고, 유죄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이를 처분 사유로 삼은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원고는 국민 전체를 위하는 공무원의 직무에 충실하고자 전자개표기의 문제점과 위험성을 알린 것인바, 이를 공무원의 품위유지위무 위반이라 할 수 없다”고 징계에 반박했다.
A씨는 “대학교수로서 전자개표기 오작동으로 인해 선거의 결과가 바뀔 수도 있음을 지적하고 공론화했는바, 그 과정에서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행위는 표현의 자유에 의해 용납될 수 있는 점, 설령 원고의 주장이 틀린 것이라도 하더라도 문제제기 등을 통해 민주주의 발전의 기반이 구축되는 점 등을 감안하면, 파면처분은 징계사유에 비해 과중한 징계로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위법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부산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문희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A 전 교수가 부산대 총장을 상대로 낸 파면처분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선거(제16대 대통령선거) 이후 모 정당이 중앙선관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대통령 당선무효소송에서 대법원이 재검표한 결과 이 사건에서 개표상의 부정이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오류가 있었음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원고도 이런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이 선거에서 육안에 의한 확인ㆍ검열과 개표사실의 존재를 인정했음에도, 원고는 전자개표기를 조작하는 등 사기적 수단으로 망인(노무현)이 당선된 것이 확실한 사실인양 단정적으로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며 “발언내용, 경위, 원고의 지위, 예상되는 파급효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원고에게 허위성의 인식이 있다”고 봤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징계혐의사실의 인정은 형사재판의 유죄 확정 여부와는 무관한 것이므로 관련 형사재판 절차에서 유죄의 확정 판결을 받기 전이라도 징계혐의 사실은 인정될 수 있는 것이며, 그와 같은 징계혐의 사실의 인정은 무죄추정에 관한 헌법이나 형사소송법상의 관련 규정에 저촉된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런 법리에 비춰 보면, 원고의 행위로 학생들의 양심 및 사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함과 동시에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피고(부산대)의 대외적인 위상과 신뢰를 실추시켰으므로 원고의 행위는 국가공무원법이 정한 징계사유(성실의무 위반, 품유위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진실을 담보할 만한 구체적 정황 없이 망인(노무현) 측이 선거에서 전자개표기를 조작하는 등 사기적 수단으로 당선된 것이 확실한 사실인 것처럼 허위사실을 적시하는 등 망인의 인격을 존중하지 않은 모멸적인 어휘와 표현 방법으로 망인 측에게 모욕을 가했는바, 원고의 행위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의하여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원고는 본인이 담당하는 교과목을 수강 신청한 학생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교수의 지위를 이용해 개인의 편향된 정치적 견해를 강요하는 등으로 학생들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이는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기본조건이고 민주주의체제가 존립하기 위한 불가결의 전제로서 다른 기본권에 비해 고도로 보장되어야 할 기본권의 양심 및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비위 정도가 심하고, 원고는 2012년에도 수강생들에게 정치적 입장을 강요하는 과제를 제출하게 하는 등 기본권 침해행위를 반복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원고는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도 없이 악의적으로 망인의 모함했고, 이 사건 전후로도 망인에 대한 명예훼손행위를 지속하고 있는데, 이런 행위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상당하고 교육공무원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신뢰가 크게 손상됐다”며 “원고의 위법행위의 중대성, 지속성 및 반복성 등에 비춰 교수 신분을 박탈하는 것 외에는 원고에 대한 적절한 징계조치가 없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징계 원인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해 달성하려는 행정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을 고려해 보더라도, 이 사건 파면처분이 객관적으로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을 정도로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ㆍ남용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