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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팩트 신종철 기자] ‘민중은 개ㆍ돼지’ 발언으로 파면된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에 대한 파면취소 소송에서, 법원은 공직사회의 신뢰를 실추시키고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분명한 징계사유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다만 징계 수위가 과하다며 취소 판결을 내렸다.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교육부 대변인, 홍보담당관과 함께 2016년 7월 7일 경향신문 기자들과 저녁 모임을 가졌는데, 당시 술을 마시다가 ‘민중은 개, 돼지’ 발언으로 기자들과 언쟁을 벌였다.
기자들은 나향욱 기획관과 더 이상 대화를 계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교육부 대변인과 홍보담당관의 만류로 다시 앉았고, 그 때부터 고지 하에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
다음날 <교육부 고위간부 “민중은 개ㆍ돼지…신분제 공고화해야”>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되며 이후 수많은 비판적 언론보도가 있었고, 나향욱 정책기획관을 비난하는 여론이 형성됐으며, 파면 등 처벌을 요구하는 민원이 쇄도했다.
결국 교육부장관은 2016년 7월 22일 나향욱 정책기획관의 행위는 국가공무원법 제63조(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해 파면했다.
징계의 근거는 나향욱 기획관이 모임에서 신문사 S부장에게 음주상태에서 공직자로서 해서는 안 될 ‘민중은 개, 돼지다, 신분제 공고화해야 한다’는 등 취지의 발언을 한 점을 징계사유로 들었다.
특히 언쟁과정에서 S부장이 발언의 위험성 및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해명기회를 주고 발언을 취소할 것과 대화 내용을 기사화하겠다고 함에 따라 추후 기사화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과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임이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임에도, 안이하게 대처하다가 발언 내용이 신문에 보도됨으로써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교육부 위상을 떨어뜨리는 등 공무원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나향욱씨는 “모임에서 ‘민중은 개, 돼지다’라는 발언을 한 것은 국정역사교과서와 관련해 여론조사 결과가 바뀐 것을 두고, 언론이 민중을 개, 돼지로 보고 여론을 선동한다는 의미로 언론보도의 중요성을 꼬집은 것이었다. 기사 내용과 같이 ‘민중은 개, 돼지로 취급하면 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원고가 모임에서 기사의 취지와 유사한 취지로 발언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고위공직자인 원고가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그와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공무원으로서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므로 징계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신문사 S부장과 기자가 원고와 대화 도중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교육부 대변인과 홍보담당관의 만류로 다시 자리에 앉은 점, 그 후 대화를 녹음했고, 녹음 내용과 말투(격앙된 말투) 등을 보면, 녹음 이전의 원고 발언은 대화 상대방들을 상당히 분노케 하는 것이었음을 추단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물론 공무원이더라도 기자들과 언쟁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철회하거나 정정할 의무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민중은 개, 돼지다. 신분제 공고화시켜야 한다’는 발언은 국민의 봉사자인 공무원의 지위에서 해서는 알 될 발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으므로, 원고는 기자들이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 녹음까지 하는 상황이었으면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거나 정정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향욱씨는 2016년 7월 19월 중앙징계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이 사건 당시 계속된 언쟁 중에 자존심이 많이 상하여 구구절절 변명하기 싫었다”고 진술했다.
또한 나향욱씨는 사건 다음날 기사의 가판을 확인하고 경향신문 편집국에 찾아가 모임 당시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보도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기사가 보도되는 것에 전혀 대처하지 않았다고 보긴 어려우나, 큰 파장이 예상되는 발언에 관한 가판 기사까지 나온 것을 알았다면 그 후 보도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이 전혀 없다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나향욱씨는 교육부 차관이 장관의 징계의결 요구 이전에 파면처분을 공언한 것은 처분의 절차상 위법이라 주장했다.
교육부 차관은 2016년 7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통해 원고를 파면 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고, 장관은 그 다음 날 중앙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장관)는 징계의결 요구의견에 ‘중징계’라고 명시해 의결을 요구한 점, 교육부 차관의 발언이 중앙징계위원회의 의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근거가 없는 점, 원고의 발언으로 국민의 공분을 초래해 교육부에서는 국민들에게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교육부 차관이 징계의결 요구 이전에 파면 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나 그로 인해 파면 처분이 위법하다 보긴 어렵다”며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렇게 “고위공무원인 원고가 기자들 앞에서 해서는 안 될 발언을 했고, 그 발언이 기사화됨으로 인해 공무원 전체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었을 뿐 아니라 국민들의 공분을 초래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그러나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비위행위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과중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처분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파면처분은 국가공무원법이 규정한 징계처분 중 가장 무거운 처분으로 신분 박탈뿐만 아니라 공무원 임용 자격의 제한, 퇴직급여, 퇴직수당이 제한된다.
재판부는 “파면 처분 사유는 발언의 경위, 그 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공무원징계령 시행규칙 ‘징계기준’의 품위 유지의 의무 위반의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이거나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 또는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경과실이거나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중과실인 경우’로 평가될 수 있을지언정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라 보긴 어렵다”며 “그 경우 징계기준은 강등, 정직, 감봉을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징계양정에는 원고의 발언과 부적절한 대처라는 징계사유 자체의 법위반 정도를 중심으로 원고의 발언 등의 사회적 파급효 등과 그 밖의 여러 요소들이 균형 있게 참작되어야 한다”며 “그런데 원고에 대한 파면처분은 원고의 발언 등이 언론에 보도되고 그로 인해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국민적 공분을 초래했다는 사정이 과도하게 고려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원고가 1993년 행정사무관으로 임용돼 파면 처분일까지 23년 3개월을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징계처분을 받거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는 반면, 국무총리표창(2002년), 장관급 표창(2011년)을 받은 경력이 있는 점과 원고가 자신의 발언이 불찰임을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참작해 파면 징계가 과하다고 봤다.
한편, 나향욱씨는 경향신문을 상대로 이 사건 보도와 관련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으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6월 21일 “기사의 내용을 허위로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사건은 나씨가 항소해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신종철 기자 master@lawfac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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