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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불륜확인 목적의 도청도 불법, 민사소송상 증거능력은 인정

불륜행위 위자료 3천만원 인정
[로팩트] 배우자의 불륜행위에 대한 증거수집 목적일지라도 배우자와 상대방 사이의 공개되지 않은 대화내용을 녹음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불법행위에 해당해 위자료가 인정되고, 불법녹음이라고 할지라도 민사소송 상의 증거능력은 인정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사건 원고인 A씨는 남편 K씨와 20년 전에 결혼하여 슬하에 3녀를 두고 있는 데, 남편이 부정행위를 한다고 의심하여 남편 차량에 녹음장치를 부착한 후, ‘161월말과 2월초 차량 안에서 피고 B씨가 K씨를 자기라고 지칭하면서, 두 사람의 성행위에 대해 대화하는 내용을 녹음했고, 이를 증거로 법원에 B씨를 상대로 혼인관계를 파탄시킨 것에 대한 정신적인 손해배상금으로 3천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B씨도 A씨가 녹음장치를 K씨의 차에 몰래 설치한 후, K씨와 B씨의 공개되지 않은 대화내용을 녹음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위법행위이고, A씨가 ‘164월초 오전 7시에 B씨의 집으로 찾아와 K씨와의 관계를 추궁하고, 그 무렵 B씨의 남편에게 연락하여 만남을 요구하는 등 B씨 부부의 사생활 및 부부 관계를 중대하게 침해한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불법행위에 따른 정신적 손해배상으로 3천만원을 A씨에게 청구하는 반소(맞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97민사단독 한소희 판사(사법연수원 34)는 이 사건 소송에서 “1. 피고(반소원고) B씨는 원고(반소피고) A씨에게 3천만원 및 이에 대하여 ‘16. 4. 15.부터 완제일까지 연 1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A씨는 B씨에게 50만원 및 이에 대하여 ’16. 2. 23.부터 ‘16. 11. 30.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3. B씨의 나머지 반소청구를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본소로 인한 것을 B씨가 부담하고, 반소로 인한 것은 그 중 1/10A씨가, 나머지는 B씨가 각 부담한다. 5. 1, 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라고 최근 판결했다.

한소희 판사는 먼저 이 사건 증거로 제출된 녹취록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피고의 동의 없이 불법 녹음한 것을 녹취하여 작성한 것이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나,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민사소송법 하에서 상대방 부지 중 비밀리에 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음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녹음테이프나 이를 속기사에 의하여 녹취한 녹취록이 증거능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그 채증 여부는 사실심 법원의 재량에 속하는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라고 판단하면서 A씨의 주장 사실을 인정했다.

한 판사는 A씨의 청구에 대하여 3자는 타인의 부부공동생활에 개입하여 부부공동생활의 파탄을 초래하는 등 그 혼인을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을 방해하여서는 안 된다. 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유지를 방해하고 그에 대한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하여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하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K씨가 배우자 있는 자임을 알면서도 K씨와 부정행위를 하여 원고와 K씨 사이의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고 그에 대한 원고의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B씨는 A씨에게 그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 판사는 A씨가 청구한 위자료의 액수에 관해서는 원고와 K씨의 나이, 혼인기간, 슬하에 자녀의 유무, B씨가 K씨와 부정행위를 지속하여 온 기간, 기록상 나타난 부정행위의 경위와 정도, 이로 인한 가정불화의 정도, B씨와 K씨의 관계가 드러난 후 B씨가 보인 태도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할 때 위자료의 액수는 금 3,000만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보면서 A씨의 청구취지를 모두 받아들였다.

B씨는 ‘13. 3. 21.경 직장을 옮기면서 K씨를 알게 되었는데, 당시에도 이미 A씨와 K씨의 혼인관계는 A씨의 의부증으로 인하여 이미 파탄된 상태였는바, A씨와 K씨의 혼인이 파탄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B씨와 K씨의 관계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으나, 한소희 판사는 B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았다.

한 판사는 B씨의 반소 청구 주장에 대하여는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은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 , 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고, 14조 제1항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 장비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고, 16조 제1항에서는 위 각 규정을 위반한 자에 대하여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A씨는 K씨의 부정행위에 대한 증거를 수집한다는 목적으로 2회에 걸쳐 B씨와 K씨 사이의 공개되지 않는 대화내용을 녹음하여 위와 같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였으므로, 이는 B씨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A씨는 그로 인하여 B씨가 입은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A씨가 B씨의 집으로 찾아가고, B씨의 남편에게 문자를 보낸 행위가 불법행위인지에 관해서는, 한 판사는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하고 면회를 요구하거나 공포심을 유발하는 문자와 발언을 하는 행위는 상대방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서 불법행위가 됨이 분명하나, 이 사건의 경우 각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점들 즉, B씨가 K씨와 부정행위를 하여 A씨의 행위를 유발한 책임이 있는 점, B씨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A씨가 B씨의 집으로 찾아간 것은 1회에 불과하고 난동을 부린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 점, B씨의 남편에게 문자를 보낸 것도 1회에 불과하고 그 내용 역시 단순히 한번 봐야할 것 같습니다. 답글 주세요.’에 불과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A씨의 위와 같은 행동이 B씨에 대하여 불법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보았다.

한 판사는 B씨가 청구한 위자료의 액수에 관하여는 “A씨와 B씨의 관계, A씨가 B씨와 K씨 사이의 공개되지 않는 대화내용을 녹음하게 된 경위나 방법, A씨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횟수, B씨와 K씨 사이에 대화내용의 형성 경위나 그 내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B씨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50만원으로 인정함이 상당하다.”고 적시하면서 B씨 청구 금액의 극히 일부만을 인정했다.

김성태 변호사(사법연수원 37)는 이 사건 판결에 대해 민사소송에서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 하더라도 증거능력이 모두 배척되지는 않고, 이 사건 판결에서와 같이 사실심 재판부의 재량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고 위자료도 인정받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되는 녹취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죄로 처벌을 받게 될 수 있고, 불법녹음으로 인한 위자료를 부담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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