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신종철 기자] 새벽에 대리기사가 남의 가게 문 앞에 차량을 주차하고 가버려 30cm 이동해 다시 주차한 것에 불과하더라도 술을 마신 상태라면 음주운전에 해당해 처벌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40대 A씨는 작년 12월 새벽에 서울 구로구 모 가게 앞 도로 약 30㎝ 구간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22%의 술에 취한 상태로 1톤 화물차량을 운전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와 변호인은 “사건 당일 지인과 술을 마신 후 대리운전기사를 불러 그곳까지 왔는데, 대리운전기사가 타인의 가게 문 앞에 주차해 가게를 이용하는 손님들의 불편을 고려해 대리운전기사에게 다시 주차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거부해 어쩔 수 없이 차량을 20~30㎝ 이동해 주차한 것이므로, 음주운전은 긴급피난이나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유죄를 인정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0단독 허정룡 판사는 최근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화물차 운전사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허정룡 판사는 “피고인의 음주운전 경위, 침해되는 타인의 법익과 침해 정도 등을 종합해 보면, 당시 새벽 3시로 위 가게가 영업을 하고 있지 않으므로 술에 취한 피고인이 차량을 운전했어야만 할 만큼 긴급하거나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이 차량에서 내려 주차공간 등을 살펴봐주면서 도움을 주었다면 대리운전기사가 주차를 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다른 대리운전기사를 부른다거나 경찰을 부르는 등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차량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거나 주차할 수도 있었다고 보이는바,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로 상당하며 긴급하고 불기피한 수단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가 긴급피난이나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허정룡 판사는 다만 “피고인이 대리운전을 통해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대리운전기사가 타인의 가게 문 앞에 주차하자 가게 영업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이동해 주차한 것으로 그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고, 운전한 거리도 30㎝ 정도에 불과한 점 등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신종철 기자 master@lawfac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