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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팩트 신종철 기자] 교정시설의 과밀수용이 수용자의 기본권을 침해해 위법이라고 보고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등법원 제6민사부(재판장 윤강열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1인당 수용 거실 면적이 인간으로서의 기본 욕구에 따른 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지나치게 좁으면 헌법에 보장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국가가 원고 2명에게 각각 위자료 300만원과 15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이와 관련, 2일 사단법인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이번 판결이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에도 여전한 교정시설의 과밀수용 실태를 개선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천주교인권위는 “법무부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교정본부 산하에 ‘과밀수용 대책 태스크포스’를 구성했고, 새 정부 출범 후 인수위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도 이 문제를 주요 의제로 보고했다고 한다”며 “그러나 과밀수용 실태는 개선되기는커녕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법무부가 윤상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현재 교정시설의 수용정원은 4만 7000명이나 일평균 수용인원은 5만 7865명으로 수용률이 123.1%에 달했다.
OECD 가입국 중 헝가리(131.8%)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천주교인권위는 “위헌 결정이 나온 2016년 수용률 120.3%에 비해 오히려 증가했다”며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하면서 모든 유관기관에서 교정시설 내 과밀수용행위가 반복되지 아니하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 기대된다고 밝힌 점이 무색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행형의 목적인 교정교화 및 사회복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용자들이 일반 사회에서의 생활 조건과 가능한 한 유사한 생활 조건 하에서 생활하도록 함으로써 자유박탈로 인한 해악적 효과를 차단해야 한다”며 “구금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의 조치를 제외하고는, 수용자가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기에 적합하고 수용자의 자긍심과 자존감을 침해하지 않는 수준을 유지하는 생활 조건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천주교인권위는 “법무부는 예규에 따라 수용정원 산정 기준을 혼거실 2.58㎡당 1명 등으로 정하고 있을 뿐, 수용자의 인간적인 생활이 가능한 최소 면적 기준을 정하지 않고 있다”며 “이에 따라 대부분의 수용자들이 거실 바닥에 등을 온전히 대고 잠을 잘 수도 없을 정도로 비좁은 거실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과밀수용에 따라 공간이 협소해지면 수용자들의 스트레스와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게 되어 공동생활이 원만하게 유지되기 어렵다”며 “결국에는 행형의 목적인 교정교화도 달성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천주교인권위는 “무엇보다도 형집행법을 개정해 수용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1인당 면적을 규정하고 이를 보장하는 것을 국가의 의무로 선언해야 한다. 1인당 면적에 대한 일률적인 기준을 정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생활수준과 환경을 고려하면서 인간의 존엄성 보장에 합치하는 최저수준의 거실면적 기준을 정립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고 또 가능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천주교인권위는 “마치 최저임금의 기준을 결정하는 것과 유사하게 국가는 구금시설 수용자들에게 제공해야 할 생활 조건의 최저기준을 정립할 의무가 있다”며 “과밀수용 해소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새 정부는 대선 전 약속했던 불구속 수사 및 재판의 확대, 가석방 확대 등 과밀수용 해소를 위한 다른 대책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신종철 기자 desk@lawfac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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