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손견정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는 아웃도어 업체들에게 고어텍스(GORE-TEX) 제품을 대형마트에서 팔지 못하게 한 고어(GORE)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36억 7,300만 원 부과를 결정했다고 25일 밝혔다.
고어텍스는 방수·방풍·투습(외부의 물기와 바람은 막고 내부의 습기는 밖으로 배출시키는 성질) 기능의 원단으로 주로 아웃도어 의류나 신발에 사용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W. L. Gore & Associates, Inc.(미국 소재 본사), W. L. Gore & Associates (Hong Kong) Ltd.(홍콩 소재 아태지역본부), 주식회사 고어코리아 등 3개 사(이하 3사를 통칭해 ‘고어’)는 국내 아웃도어 업체들에게 고어텍스 원단을 공급하면서 2009년 3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고어텍스 소재의 의류, 신발 등의 제품을 대형마트에서 팔지 못하게 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
이러한 고어텍스 제품의 대형마트 판매금지 요구는 각 아웃도어 업체와의 계약에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고어가 일방적으로 결정·통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고어는 방수·투습 등 기능성 원단 시장에서 60% 내외의 점유율을 갖는 1위 사업자로서 고어의 이러한 행위는 아웃도어 업체들을 사실상 구속하는 효과가 있었다.
고어는 아웃도어 업체들이 해당 정책을 잘 지키고 있는지 감시하는 한편, 이를 어기고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업체에게는 큰 불이익을 주었다.
고어의 직원들은 고어 직원임을 숨긴 채로 불시에 대형마트 내 아웃도어 매장을 방문해 고어텍스 제품이 팔리고 있는지, 그 가격은 얼마인지 등을 꼼꼼히 점검했다. 대형마트에서 고어텍스 제품을 파는 업체에게는 해당 상품의 전량 회수를 요구하고 나아가 원단 공급을 중단하거나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해 버리기까지 했다.
이처럼 고어가 대형마트에서의 고어텍스 제품 판매를 철저히 차단한 이유는 고어텍스 제품 가격이 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대형마트에서 고어텍스 제품이 싸게 팔리게 되면 백화점, 전문점 등 다른 유통 채널에서도 가격이 점차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수 있고, 실제로 고어텍스 제품의 대형마트 판매가 제한된 결과 대형마트와 백화점·전문점 등 유통 채널 간 경쟁이 줄어들어 고어텍스 제품의 시장 가격이 매우 높게 유지되는 결과가 초래됐다.
또한, 고어가 자신과 거래하는 모든 아웃도어 업체의 고어텍스 유통채널을 일괄적으로 통제함에 따라 아웃도어 업체 간에도 경쟁의 유인이 제한되는 효과가 있었고, 고어의 행위는 대형마트 채널을 이용할 필요성이 있는 아웃도어 업체의 유통 채널 선택권을 과도하게 간섭한 것으로, 이로 인해 아웃도어 업체의 재고·이월 상품 판로도 크게 제한됐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5호 ‘구속조건부거래’를 적용해 고어에 향후 법 위반 행위를 금지하고 시정명령 받은 사실을 이해 관계자들에게 알리는 내용의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6억 7,300만 원을 부과했다. 시정명령은 고어 3사 모두에 부과하고, 과징금 납부 명령은 매출이 발생한 고어 홍콩법인에 부과된다.
제23조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① 사업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거나,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된다.
5. 거래의 상대방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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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시장감시국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기능성 원단 시장의 1위 사업자인 고어가 자신의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아웃도어 업체의 판매처에 대해서까지 개입해오던 관행을 바로잡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이를 계기로 아웃도어 업체가 그간 주로 백화점 등에서 팔던 고어텍스 제품을 대형마트에서도 판매하게 된다면 소비자들이 보다 저렴한 가격에 기능성 옷을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