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법인택시 사납금을 감액받는 대신 추후에 기사들이 정부 코로나 지원금을 받을 경우 이를 반환한다는 내용으로 노사간 약정이 맺어졌다하더라도, 임금에서 사납금 감액분을 공제할 수는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춘천지방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조미연 부장판사, 이보라·고병용 판사)는 택시기사 A씨 등 3인이 B법인택시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청구소송 항소심에서 B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면서, 임금공제분을 반환토록 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강원도 춘천의 한 법인택시회사에서 기사로 일하던 A씨 등은 코로나가 한창 유행하던 2020년 4월, 승객 감소로 회사에 매일 납입해야 하는 사납금 17만6,000원을 맞추기 어려웠다. 이에 노사간 임금협상 도중 사측이 “사납금을 2만원 줄여 줄테니 나중에 코로나 지원금을 받을 경우 반환해달라.”고 제안했고, 노조가 이를 받아들여 합의가 이뤄졌다.
노조 합의 이후 A씨 등 3명의 기사는 두 달에 걸쳐 약 40만원씩 각각 사납금을 감액받았지만, 그 해 8월 회사를 퇴직하게 됐다.
회사측은 A씨 등 3명의 임금을 정산하면서 “사납금 감액분은 회사가 미리 지급해 준 ‘선급금’에 해당한다.”며 이를 일방적으로 공제한 채 임금을 지급했다.
이에 A씨 등은 “정부로부터 코로나 지원금을 받지 못했으므로 반환할 이유가 없다.”며 임금지급을 요청했다. 이들은 회사측이 계속 완강하게 거부하자 결국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법률구조를 신청하고 소송구조 결정을 받아 춘천지방법원에 임금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재판에서 B사는 “기사들이 코로나 지원금을 못 받을 경우 선지급한 금액을 반환하거나, 회사측이 선지급한 금액을 임금에서 임의로 공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합의 내용에 포함돼 있다.”면서, “이 합의는 코로나 지원금 지급을 전제로 한 조건부 사납금 인하인데, A씨 등이 코로나 지원금을 받기 전에 퇴사함으로써 조건이 이뤄지는 것을 방해했다.”고 항변했다.
반면, A씨 등을 대리한 법률구조공단은 “노사간 합의는 코로나 지원금 수령을 전제로 했을 뿐, 미수령할 경우에 임금에서 공제한다는 내용은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회사측이 제출한 노사 임금협상 회의록에도 지원금 미수령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법률구조공단은 또 “A씨 등은 정부의 법인택시기사 지원금 지급 신청 공고일 이전에 퇴직했기 때문에 지원금 수령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1심은 택시기사 A씨 등 3인의 원고들 손을 들어줬고, B사측이 항소했으나 항소심에서도 원심이 유지 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에 의하면 임금은 직접 근로자에게 전액 지급해야 하며 일부를 공제하지 못함이 원칙이고, 다만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을 경우 등 예외가 있으나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면서, “이 사건 합의가 ‘근로자들이 국가 또는 지자체로부터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받을 경우 피고가 선지급한 금액을 피고에게 반환’하는 것에서 나아가 ‘근로자들이 국가 또는 지자체로부터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받지 못할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해석해서는 아니된다.”고 판시했다.
이 소송에서 A씨를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강민희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근로기준법은 노사합의와 관련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하지 않도록 엄격성을 요구하고 있다. 합의내용을 확장해석해 선지급금을 임금으로 보거나 함부로 공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의 피고인 B사의 대표이사는 이 사건 미지급 임금을 정당한 사유없이 임의로 공제해 원고들의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원고들에게 임금 전부를 지급하지 아니했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위반죄로 기소돼 1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