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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인이 보증인 동의하에 손해배상 합의서에 대신 서명하면 보증 효력은?

법원 “보증인이 직접 자신의 이름을 쓰지 않으면 보증 효력 없다.”
[한국법률일보] 3자인 통역인이 보증인의 보증의사 동의에 따라 보증인을 대신해 손해배상금 지급보증 합의서에 서명한 경우, 보증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B20114월 연인관계에 있던 A에게 합의금과 변호사비용이 필요하다고 속여, 합의금과 변호사비용 명목으로 420만 엔(한화 약 55백만 원)을 받은 뒤, 20118월에 다시 같은 명목으로 120만 엔(한화 약 1500만 원)을 받는 등 총 540만 엔(한화 약 7천만 원)을 받았다.

이 사건에 대해 사기 혐의로 기소된 B201812월 전주지방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돼 징역 5월을 선고 받았다.

B의 부모인 CDB가 제1심판결로 인해 구속되자, 201812월 통역인을 대동하고 A를 만나 형사사건에 관해 합의하면서 B에 대한 처벌불원의사와 고소취소의 의사가 담긴 고소취소장과 합의서를 작성 받았다.

합의서 작성 당시 C·D와 현장에 동행한 통역인은 A의 요청에 따라 합의서에 ‘20181224일 오후 A씨는 2천만 원을 돌려받고, 남은 금액은 B가 출소해 빠른 시간 안에 갚도록 노력한다. B와 이야기해서 남은 금액에 대해 기간을 정하고 결정한다. 보증인은 CD가 보증인이 된다.’는 내용의 문구를 원문에 덧붙여 적었다.

A는 같은 날 CD로부터 합의금 2천만 원을 받은 후, 합의서를 B에 대한 형사사건이 진행 중인 법원에 제출했다.

B20192월 전주지방법원 형사사건의 항소심에서 ‘2천만 원을 추가로 지급해 총 합계 5천만 원 상당이 변제됐고, A와 합의해 AB의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이 참작돼 징역 5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A“CDA와 사이에 합의서를 작성함으로써, BA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연대보증했으므로 CDB와 공동해 A에게 2천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B와 그 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등청구소송을 제기했다.

B측은 재판에서 “A201812월 말 B의 지인인 E에게 원래는 5천만 원을 합의금으로 생각했었는데 B에게서 3천만 원을 받았고, 이번에 다시 B의 부모들로부터 2천만 원을 받아서 내가 생각했던 5천만 원을 전부 받았으므로 이제 모두 끝났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냄으로써 B의 나머지 채무를 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했으므로 BA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금 2천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항변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전주지방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김진선 부장판사, 이국진·박성수 판사)는 먼저 "민법 제428조의2 1항 전문은 '보증은 그 의사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효력이 발생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조항에서 정한 유효한 방식에 따르지 않는 한 보증의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한다."면서, "보증의 의사표시에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을 요구하는 것은, 보증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하게 함으로써 보증 의사의 존부 및 내용에 관하여 분명한 확인수단을 보장하여 분쟁을 예방하는 한편, 보증인으로 하여금 가능한 한 경솔하게 보증에 이르지 아니하고 숙고의 결과로 보증을 하도록 하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일반적으로 서명은 기명날인과 달리 명의자 본인이 자신의 이름을 쓰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보증인의 서명에 대해 제3자가 보증인을 대신하여 이름을 쓰는 것이 포함된다면, 보증인이 직접 자신의 의사표시를 표시한다는 서명 고유의 목적은 퇴색되고 사실상 구두를 통한 보증계약 내지 보증인이 보증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보증계약의 성립을 폭넓게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며, 이는 경솔한 보증행위로부터 보증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위 규정의 입법취지를 몰각시키게 된다."고 설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러한 위 규정의 입법 목적과 취지, 규정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민법 제428조의 2 1항에서 정한 보증인의 서명은 원칙적으로 보증인이 직접 자신의 이름을 쓰는 것을 의미하며 타인이 보증인의 이름을 대신 쓰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면서, “이 사건 합의서에 기재된 문구는 CD가 직접 기재한 것이 아니라 합의서 작성 현장에 동행한 통역인이 기재한 것으로 제3자가 보증인을 대신해 이름을 쓰는 것은 민법 제428조의2 1항에서 정한 보증인의 서명에 해당하지 않고, 민법에서 정한 보증의 유효한 방식에 따르지 않는 한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원고 주장과 같이 C D가 합의서에 문구를 기재하는 것에 동의함으로써 보증의 의사를 원고에게 표시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실만으로는 보증의 효력이 발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보증인의 기명날인'의 존재여부에 대해서도, “이 사건 합의서 중 일부 변제받지 못한 피해 금액은 피고가 석방되면 앞으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변제받지 못한 잔액 피해 금액을 분할해 변제해 주기로 약속받고, 상호 민·형사상 원만히 합의하였습니다.’라는 문구에 삭선을 그은 후, 그 위에 A, C D 3명의 것으로 보이는 지장이 찍혀 있지만, 이는 해당 문구를 삭제했음을 상호 간에 확인하기 위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보증의 의사와 관련된 표시인 문구 중 C D 이름 부분에는 이들의 지장이 날인돼 있지 않은바, 합의서 중 삭선을 그은 부분에 C D가 자신들의 지장을 날인했다고 해도 이를 두고 보증의 효력발생 요건으로서의 보증인의 기명날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에 결국 BA에게 부담하는 손해배상채무와 관련해 C D가 채무에 관한 보증의 의사를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AC D에게 보증책임을 물을 수 없으므로, 원고 A의 피고(선정당사자) C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면서, A의 청구 중 B에 대한 청구만을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했다.(전주지방법원 2022. 7. 14. 선고 20217859)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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