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주짓수 대련 중 상대방에게 좌측 고관절 탈구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40대 초반의 남성이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됐다.
유도 수련 경력이 있는 A씨('79년생 남성)는 2020년 5월 27일 오후 3시경 경북 경산시의 한 체육관에서 소방관인 B씨(37세 남성)와 주짓수 대련을 하던 도중 B씨가 방심한 틈을 타 갑자기 ‘말아업어치기’ 기술을 사용해 B씨를 들어 메친 후 바닥에 내리꽂아 약 8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좌측 고관절 탈구의 상해를 가한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말아업어치기는 메치는 방향과 떨어지는 각도와 속도를 예측하기 힘든 기술로 유도에서도 고급기술에 해당한다.
2015년부터 주짓수를 배우기 시작한 A씨는 체육관 관장 C씨로부터 주짓수는 유도와는 다른 성격의 운동으로 주짓수 대련 중에 유도기술을 사용하게 되면 상대방이 예측하기 어려워 부상의 위험이 크니 대련 시 유도기술을 사용하지 말도록 주의를 받았고, 과거 B씨와 대련 중 자신이 유도기술인 말아업어치기 기술을 미리 고지한 후 허락받아 사용했으나 B씨로부터도 “이 기술은 너무 위험하므로 앞으로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A씨는 말아업어치기 기술을 사용해 B씨를 다치게 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먼저 “피해자가 사건 발생 전 상당한 기간 주짓수를 배워온 경력을 보유하고 있고 사건발생 장소가 푹신한 매트가 깔린 체육관이었음에도 피해자가 부상을 당한 직후 주변 사람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곧바로 119에 신고하고 피해자가 약 8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좌측 고관절 탈구의 상해를 입게 된 것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온 힘을 다해 위험한 유도기술을 사용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몸무게가 약 12~15㎏ 차이가 날 정도로 체급 차이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말아업어치기 유도기술의 위험성과 피해자에게 심각한 신체적인 위해가 가해질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그 결과를 용인했다.”면서 피고인에게 상해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 주위적 공소사실인 상해죄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이에 A씨는 항소하면서, “말아업어치기는 주짓수에서 금지된 기술이나 반칙이 아닌 점, 업어치기이든 말아업어치기이든 주먹이나 발차기 같은 타격을 쓰지 않고 급소 압박이나 골절을 제한하는 선에서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사용해 메치는 기술로 특정 급소를 겨냥하는 기술로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은 피해자가 매트에 넘어진 뒤 더 이상의 연결 공격을 하지 않았던 점, 피해자는 사건 당일 피고인과 마주 보고 서 있던 상태에서 먼저 피고인에게 밭다리 기술을 사용했고, 피고인은 이를 피하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호승심에 말아업어치기 기술을 사용한 것이지 피해자가 다쳐도 좋다는 생각으로 그 기술을 사용한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피해자는 2015년 무렵부터, 피고인은 2018년 무렵부터 주짓수를 배웠는데 피해자보다 피고인의 실력이 월등하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상해의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판결은 연습경기 중 우발적으로 발생한 이 사건을 두고서 피고인에게 상해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고 유죄로 판단한 것은 사실이나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면서, 아울러 양형부당도 주장했다.
이 사건 항소심을 심리한 대구지방법원 제2-1형사부(재판장 김성수 부장판사, 김정도·이윤직 판사)는 “이 사건 사고 이전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말아업어치기 기술을 사용하지 말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는데 그 같은 부탁이 있었음에도 대련 과정에서 피고인이 말아업어치기 기술을 구사했다는 것이 피고인의 과실에 해당할 수는 있지만, 이를 넘어서서 그 같은 사실이 피해자의 상해에 대해 피고인의 용인이 있었음을 나타내는 사정이라고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이 사건 사고는 대련과정에서 피해자가 먼저 밭다리를 걸자 피고인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말아업어치기 기술을 사용해 반격하면서 발생한 것”이라면서, “즉, 말아업어치기 기술 구사는 피고인의 의도되고 준비된 적극적 공격이 아니었고, 상대방의 공격에 대응한 우발적, 순간적인 반격으로 사용된 것이었을 뿐이었다. 스포츠, 특히 격투기 대련 과정에서 이같이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기술 구사는 몸이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 같은 순간적인 기술 구사에 어떤 의도나 결과 발생에 대한 인식 및 용인이라는 정신적인 작용이 개입될 여지는 적다.”고 판시했다.
이어 “대한주짓수회장이 ‘주짓수 경기에 있어 유도기술이 반칙은 아니지만, 유도와 주짓수는 점수를 취득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므로 유도의 기술들을 적극 권하지는 않는다.’고 답변한 점 등을 고려하면 주짓수 대련 중 말아업어치기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권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절대적으로 금지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피고인은 피해자와 이 사건 직전까지도 함께 대련할 정도로 관계가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며 이 같은 관계를 고려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발생한 상해를 기꺼이 용인할 무슨 동기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시했다.
재판부는 양형이유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자가 약 8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좌측 고관절 탈구의 중상을 입은 점,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는 상당한 정도의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었고 결국에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괴로움 속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극단적인 선택에 이른 점, 범행 후 상당한 기간이 지났음에도 피고인이 피해자와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상당한 처벌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다만, 운동 연습 중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고인 점, 피고인이 초범인 점 등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사회적 유대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을 종합해 형을 정한다.”고 설시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주위적 공소사실인 상해죄는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해야 하나, 과실로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혀 과실치상죄를 범했다는 예비적 공소사실이 인정돼 유죄를 선고해야 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을 벌금 3백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않으면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대구지방법원 2021노2966)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