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근로자 부당해고·전보’한 사업주···‘징역형’ 첫 확정

민변 “직장 내 괴롭힘 근절과 사업주의 예방·조치의무 인식 확립 계기 돼야”
[한국법률일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근로자에게 부당해고·전보 등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주에게 대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20197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가 시행된 지 3년여 만에 나온 첫 징역형 확정 판결이다.

대법원 제1(주심 대법관 오경미)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업주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면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대법원 2022. 7. 12.선고 20224925판결)

구내식당 위탁 운영회사의 중간관리자인 B씨는 20197월 경 충북 음성군에 있는 사업장에서 근로자들을 상대로 신고식 명목으로 금원 납부 강요와 업무편성 권한을 남용하고 수시로 욕설과 폭언을 하는 등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괴롭힘으로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

이에 피해근로자 C씨는 2019727일 이 회사 대표 A씨에게 해당 사실을 신고했다. 그런데 A씨는 오히려 무단결근을 이유로 피해근로자를 즉시 해고했다. A씨는 또 피해를 호소하는 근로자들의 진술을 녹음해 B씨에게 전달했고, 이를 이용해 B씨는 피해근로자를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하고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형사고소건은 무혐의로 민사소송은 원고패소 판결로 종결됐다.

A씨는 피해근로자에 대한 부당해고가 문제되자 인사위원회를 열어 피해근로자에 대한 해고를 취소하고, 피해근로자가 대중교통으로는 출근이 곤란한 다른 구내식당으로 근무지를 변경하는 전보명령을 내렸다.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는 형사재판에서 "외부인사로 구성된 징계위원회에서 피해근로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없다고 판단됐고, 인사위원회를 열어 가해자 B씨에게 인사경고를 했으며, 피해근로자에 대한 전보조치는 불리한 처우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을 심리한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은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에게 유급휴가조치를 취하는 게 상당한데도 오히려 해고조치를 취했다. 인사위도 가해자의 일방적 해명만을 듣고 직장 내 괴롭힘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경징계로 무마한 것이라면서, “피해근로자가 부당전보구제를 신청하고 전보조치가 불리한 처우임을 호소하는 점에 비춰 불리한 처우가 맞다.”면서, 검사의 약식기소형인 벌금 200만원보다 무거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가 있다.”면서, “생명과 신체, 건강에는 유형적, 물리적 위험으로부터의 보호, 안전 배려뿐만 아니라 무형적, 정신적 위험으로부터의 보호, 안전 배려까지 포함돼 있다고 봄이 옳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근로자가 처음 피해를 호소하고 해당 사건까지 피고인 회사가 취한 개개의 조치를 살펴보면, 근로자에 대한 배려를 조금도 찾아볼 수 없으며 피고인의 경영마인드라는 것이 현행 규범에 못 미치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근로자를 대상화하고 인식하는 것에 기인한다.”면서, “피고인의 근로자에 대한 낮은 수준의 인식은 언제든지 또 다른 피해자를 용인하고, 또 다른 다수의 가해자를 방치할 것이다.”라면서 징역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양형 이유로 설시했다.

2심인 청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남기용 부장판사, 조수민·서보람 판사)"이 사건 전보조치를 피해근로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라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면서, " 원심 판결 선고 후 그 형을 변경할 만한 새로운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했다. 원심의 형이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다시 불복하면서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12일 상고를 기각하면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20일 공동논평을 내고 이 사건 판결이 모든 근로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고 이에 대한 사업주의 예방, 조치의무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확립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변 여성인권위원회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그러면서 이 사건 사업장은 당해 피해근로자가 피해를 호소하기 전부터 이미 많은 근로자가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아무런 구제를 받지 못한 채 사업장을 떠났는데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 제도가 신설된 이후에서야 지역 내 노동인권센터와 근로감독관 등의 헌신적인 노력이 모여 해당 사업주에 대한 법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안타깝게도 피해근로자는 복직한 이후에도 계속 해당 사업장에서 일하지 못하고 결국 일을 그만두게 됐다. 사법절차를 통해 사업주의 책임이 확인됐음에도 피해자가 안전한 일터로 돌아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까지는 계속되는 사업주의 시정 노력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

PC버전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서울 아04223

Copyright ⓒ 한국법률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