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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에 화난다고 손님 있는 위층에 인터폰으로 욕설하면···대법원 “모욕죄 ‘유죄’”

1심 유죄, 2심 무죄···대법원 유죄 취지 파기환송
[한국법률일보] 아파트 층간소음에 화가 난다고 위층에 손님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인터폰으로 자녀의 교육과 인성을 비하하는 내용의 욕설을 했다면 모욕죄의 유죄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재판장 천대엽 대법관, 주심 민유숙 대법관, 조재연·이동원 대법관)는 모욕죄 혐의로 기소된 A씨와 그녀의 딸 B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대법원 202115122)

A씨와 그녀의 딸 B씨는 20197월 경기도 남양주의 한 아파트에서 위층에 거주하는 C씨가 손님들을 데려와 시끄럽게 한다는 이유로 화가 나 인터폰으로 손님과 자녀들이 듣고 있는 상황에서 "니 애비 데리고 와. 어디서 그 따위로 교육을 받았어, 너 제정신이야, 부모가 그 따위니까 애한테 그 따위로 가르치지" 등 자녀 교육과 인성을 비하하는 내용의 폭언과 욕설을 한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전파가능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면서 유죄로 판단하고, A씨와 B씨에게 각각 벌금 70만 원 형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모욕죄에서는 공연성과 관련해 전파가능성 이론이 적용되지 않고 이 사건 발언을 들은 사람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으로 보기 어려워 공연성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설령 모욕죄의 공연성과 관련해 전파가능성 이론이 적용된다고 해도 이 사건 발언을 지인들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낮고, 어린아이인 자녀는 피해자와 공통으로 알고 있는 지인이 많지 않으며, 대화 상대방인 아이들은 층간소음 문제나 이 사건 발언에 큰 관심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해당 발언의 전파가능성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발언 당시 피해자의 집에 손님이 방문했을 가능성은 인식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 손님이 누구인지 조차 알지 못한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에게 전파가능성에 관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결국 3심까지 간 이 사건을 대법원은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 제2부는 먼저 모욕죄의 공연성에 대해 형법 제311(모욕)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는바, 형법 제307(명예훼손)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연성을 요건으로 한다. 대법원 20205813 전원합의체 판결은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데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했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적시된 사실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때에는 공연성이 인정된다는 종전 대법원의 일관된 판시를 재확인했고, 이러한 법리는 모욕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면서, “원심이 모욕죄의 공연성에 관해 전파가능성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이러한 법리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이어 전파가능성 인정 여부에 대해 피해자의 집에 온 손님은 피해자와 같은 교회를 다니면서 한 달에 1~2회 정도 교회에서 만나는 사이로 비밀의 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는 관계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과 분쟁이 사회 일반의 관심의 대상이 됐다면 층간소음을 행위자의 인성 및 자녀교육 문제로 연결 짓는 자극적인 발언은 사람들 사이에서 쉽게 이야기될 수 있으므로 전파가능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설시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발언에 사용된 인터폰은 별도의 송수화기 없이 일방이 인터폰을 작동시켜 말을 하면 그 음향이 상대방 인터폰의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져 나오는 구조이고, 이 사건 발언 당시 피고인들과 피해자가 나눈 대화 내용 중에는 피해자가 이전부터 자주 손님을 데려오는 것에 관한 다툼과 이 사건 당시에도 손님이 방문했음을 전제로 하는 내용이 있다.”면서,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집에 손님이 방문한 것을 알면서도 그로 인해 층간소음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집 거실에 음향이 울려 퍼지는 인터폰을 사용해 발언을 했다면 피고인들에게 전파가능성에 관한 미필적 고의를 부정하기 어렵고, 피고인들이 피해자와 손님의 구체적인 관계를 알았는지는 미필적 고의를 부정하는 요소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모욕죄에서의 공연성, 전파가능성,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면서, 파기환송 판결을 선고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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