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법률에 대한 한정위헌 결정이 내려졌는데도 법원이 청구인의 재심청구를 허용하지 않고 이에 대한 재항고도 기각하는 재판을 한 것은 위헌이므로 법원의 재판을 취소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은 1997년 12월에 이어 두번째 재판 취소 결정으로, "합헌적 법률해석을 포함하는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전속하는 것"이라면서, "법률의 해석기준을 제시하는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결정은 법원에 전속돼 있는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에 대해 기속력을 가질 수 없는 것"이라는 대법원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두 헌법기관이 다시 충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소(재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이선애·이석태·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는 남모씨와 이모씨가 제기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등 위헌확인 재판취소 사건에서 30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법원의 재판’ 가운데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고, 법률에 대한 일부위헌결정에 해당하는 헌재 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한 법원의 재판(재심기각결정)은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 것으로 이를 취소한다."는 '일부 위헌, 재판 취소'결정을 선고했다.(헌법재판소 2014헌마760·763)
남씨 등은 제주특별자치도 통합(재해)영향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위원으로 위촉돼 활동하면서 공무원인 심의위원의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그에 대한 상고가 기각돼 항소심 판결이 확정됐다.
남씨는 항소심 재판 중 형법 제129조 제1항 등에 대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고, 헌법재판소는 2012년 12월 “형법 제129조 제1항의 ‘공무원’에 구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2007년 7월 27일 법률 제856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9조 제2항의 제주특별자치도 통합영향평가심의위원회 심의위원 중 위촉위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결정을 선고했다.
이후 남씨는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에 따라 상고기각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됐고, 그에 대한 재항고도 기각되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법원의 재판’ 부분에 대한 위헌청구와 함께 상고기각 판결, 재심기각결정과 그에 대한 재항고기각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씨 역시 헌법소원심판 사건(헌재 2011헌바117)을 계기로 한정위헌결정이 선고되자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6항, 제47조 제4항에 따라 항소심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됐고, 그에 대한 재항고도 기각되자 항소심 판결과 재항고 기각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남씨 등의 변호인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법원의 재판’과 관련해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 헌법에 위반된다.”면서, “그런데 이 부분의 위헌을 주장하는 주된 이유는 모든 국가기관에 대해 당연히 기속력이 인정되는 헌법재판소의 법률에 대한 한정위헌결정이 있는데도 법원이 청구인의 재심청구를 허용하지 않고 이에 대한 재항고도 기각하는 재판을 함으로써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청구 사유)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不行使)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을 심리한 헌법재판소는 “헌법은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하고 있고 (헌법 제107조·제111조) 헌법재판소가 헌법에서 부여받은 위헌심사권을 행사한 결과인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은 법원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면서,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하는 법원의 재판은 그 자체로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한 헌법의 결단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유죄판결들에 대해서는 “형벌 조항은 위헌결정으로 소급해 그 효력을 상실하지만, 위헌결정이 있기 이전의 단계에서 그 법률을 판사가 적용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정당성이 보장된다.”면서, “아직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으로 선언된 바가 없는 법률이 적용된 재판을 그 뒤에 위헌결정이 선고됐다는 이유로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라고 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청구인들에 대한 유죄판결은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이 이루어지기 전에 확정된 재판으로 그에 대한 구제는 헌법재판소법이 정한 재심절차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면서,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 이전에 확정된 청구인들에 대한 유죄판결은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이번 결정의 의의로 “헌법재판소는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하고 있는 재판소원금지조항에서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 부분에 대해 위헌결정을 선고해 헌법이 부여한 헌법재판소의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의 의미와 일부위헌결정으로서 한정위헌결정의 효력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결정은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해 헌법재판소법이 정한 재심절차에 따른 재심청구를 받아들이지 아니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것으로, 헌법재판소가 직접 법원의 재판을 취소한 것은 1997년 12월 24일 결정 이후 두 번째”라면서, “다만,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인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 이전에 확정된 청구인들에 대한 유죄판결은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그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