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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부당노동행위 관련 분쟁의 입증책임 사용자가 부담' 입법 조속히 해야”

“원청의 부당노동행위 예방·시정 위해 사용자 개념 확대도 필요”
[한국법률일보]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는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지난 2일 국회의장에게 의견을 표명하고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제도개선을 권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우선 인권위는 국회의장에게 국회에 계류 중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8510)의 주요 내용 중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한 분쟁에서 입증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하도록 한다.’는 규정의 신설을 조속히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고용노동부장관에게는 <노동위원회법> 23조를 개정해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노동위원회가 문서제출을 명할 수 있는 규정의 신설을 추진하고, 하청근로자의 노동3권을 침해하는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를 규율하기 위해 <노동조합법> 2조 제2사용자정의 규정의 개정을 추진해 법률상 사용자 개념을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인권위는 노동조합 결성가입을 이유로 한 근로자 집단해고 및 노조 탈퇴 종용, 위장폐업, 괴롭힘 및 각종 불이익한 처우, 노조와해 추진 문건 작성 등 전근대적인 노동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조합 설립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하고,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한 제도의 개선방안을 검토했다.

이는 <노동조합법>이 사용자의 노동3권 침해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금지하고 있음에도 관련 법률이 근로자의 노동기본권을 실효적으로 보호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현재 법원과 노동위원회는 부당노동행위의 입증책임이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에 있다고 보고,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20년 노동위원회 통계 연보에 따르면 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인정률은 7.4%로 부당해고 인정률 34.0%와 차별시정 인정률 40.3%보다 낮은 수준이다. 인권위는 이를 근로자가 부당노동행위를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으로 봤다.

그러나 부당해고는 <근로기준법>에 입증책임에 관한 규정이 없는데도 법원은 사용자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해석(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664876 판결 등)하고 있고, 고용상 차별사건은 관련 법령을 통해 입증책임이 사용자에게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30,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9,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21)

이는 근로자와 사용자 간 분쟁이 발생하면 구조적 특성상 증거의 대부분이 사용자에게 있어 근로자 측이 증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을 고려한 취지다.

인권위는 부당노동행위의 입증책임을 일반 민사소송의 원리에 따라 근로자 측이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법원과 노동위원회의 입장이 변경되지 않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개선책은 입법적 해결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34일 발의된 <노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한 분쟁에서 입증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는 규정을 <노동조합법> 81조 제3항으로 신설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인권위는 이 개정안의 취지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노동조합법> 81조 보다는 노동위원회의 구제제도 관련 조항인 제82조 내지 제84조에 해당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또 당사자 신청에 의한 문서제출명령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성립 판정에서 승패를 가르는 것은 결국 증거이므로 노동위원회가 사실관계에 기초해 부당노동행위를 판정하기 위해서는 직권조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최대한 많은 정황증거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아울러 근로자 측은 증거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노동위원회가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해당 문서의 제출을 명할 수 있도록 <노동위원회법> 23(위원회의 조사권 등)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원청의 하청근로자에 대한 사용자 개념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도 권고했다.

인권위는 하청근로자가 노조에 가입하면 원청이 도급(용역)계약을 해지하고 결국 집단해고로 이어지는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면서, “하청근로자의 노동3권을 침해하는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를 예방하고 규율하기 위해서는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노동조건이나 노동조합 활동에 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력·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를 사용자로 보도록 <노동조합법> 2(정의) 2항의 사용자규정을 확대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인권위는 200993사내하도급근로자 노동인권개선을 위한 법령 및 정책권고2019830간접고용근로자 노동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 권고를 통해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노동조건 등의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이 있는 자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정의 규정을 확대 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의 이러한 권고는 원·하청관계에서 하청근로자의 실질적인 사용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법적 분쟁이 노동사건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고, 그 분쟁이 장기화되고 심각한 대립을 유발하는 등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정의규정의 확대 개정을 통한 입법적 개선으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자는 취지다.

인권위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예방·시정하고, 근로자의 노동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국회가 관련 법률안에 대해 조속히 논의해 이를 입법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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