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가 1일 새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검토의 일환으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검토 및 공시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 절차에 착수한다고 발표하자, 민변과 참여연대가 공시가격 현실화 발목잡기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먼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1일 논평을 통해 "공시가격 로드맵을 발표한지 2년도 채 안된 상황에서 공시가격 환원을 공약한 바 있는 윤석열 정부가 국민 부담 가중을 핑계로 공시가격 현실화 추진 발목잡기에 나선 것"이라면서, "연구용역의 목표가 현실화율을 낮추고 현실화 속도를 늦추기 위한 논리 개발은 아닌지 우려되는 이유다."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시세에 비해 턱없이 낮게 책정되어 온 공시가격으로 인해 과세 기반과 기초의 부실, 보유세 누락 등의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또다시 공시가격 현실화가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는다면 부동산 불평등 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해질 것이 명백하다."면서, "높아진 집값 안정과 조세 형평성 도모를 위해서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2004년 부동산 공시가격제도 도입 이후, 과세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시세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책정돼 제대로 된 세부담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부동산의 지역간, 유형, 가격대별 형평성 문제와 함께 부동산 투기 발생 원인으로도 지적돼 왔다."면서, "이에 공시가격 현실화는 이미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기된지 오래다."라고 짚었다.
참여연대는 "높아진 집값으로 국민의 부담이 가중됐다면 국회에서 세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세 부담의 적정수준을 논의하면 된다. 정부의 역할은 행정상의 기초 인프라가 되는 비정상적 공시가격을 바로잡아 시민들에게 조세행정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것에 있다."면서, "공시가격 로드맵을 시행한지 불과 2년 만에 또다시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을 뒤흔든다면, 국가정책 신뢰 측면에도 문제가 클 뿐더러 이는 결국 윤석열 정부의 집부자, 땅부자를 위한 감세정책을 뒷받침해주는 것에 불과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2일에는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위원장 이강훈)가 “공시가격 현실화 재검토 용역 문제 있다. 현실화 계획 앞당겨 제대로 실행하라!"는 성명을 내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낮추고 현실화 속도를 늦추는 것이 누구에게 유리한 정책인지 분명하지 않은가?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앞당기고 제대로 이행하라!"라고 촉구했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정상화하지 않으면 현실화율이 낮은 부동산 소유자일수록, 고가 가격 부동산 소유자들일수록 세금을 덜 내게 된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국토교통부는 연구용역 개시단계부터 이미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조정하겠다고 연구의 목표를 설정해놓고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이러한 연구용역을 통해 공시가격 현실화율 목표를 낮추고 목표 달성 기간을 연장하려는 것이 아닌지, 나아가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감세정책을 뒷받침해주기 위해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11월 3일 공시가격을 공공주택(10년, 단 시세 9억 이상 5~7년간), 단독주택(15년, 단 시세 9억 이상 7~10년간), 토지(8년)의 유형별로 구분해 일정 기간 단계적으로 시세 대비 90% 수준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인다는 방안을 발표했었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그런데 이를 시행한지 불과 1년이 지나자마자 계획을 뒤집는 것은 국가정책 신뢰 측면에서 상당히 문제가 있다.”면서 “특히 이번 연구용역은 공시가격을 왜곡해 집 부자, 땅 부자의 세금 부담을 낮추어주고 조세 공평성을 해치려는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한 부동산자산의 집중도로 인해 자산 분포상 불평등이 지속해서 심화하는 상황인데 부동산 보유에 대한 실효세율은 낮은 편에 속한다.”면서 “이처럼 그 어느 때보다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한 보유세 강화가 요청되는 시점에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재검토하겠다는 국토교통부의 입장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우리 헌법은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따라 과세요건을 국회에서 정한 법률로써 명확하게 규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면서, “과세표준의 기능을 수행하는 공시가격을 행정부가 의도적으로 조정하는 행위는 헌법상의 과세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부동산 공시가격은 2005년 <부동산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 이후에도 법률이 정의한 대로 부동산의 ‘적정가격’, 즉 시장가치를 제대로 반영해 산정·공표되지 않았다.”면서, “국토교통부도 2020년 현실화 계획 발표 당시 공시가격이 평균적으로 시세 대비 50~70% 수준에 머물러 적정가격을 공시하도록 규정한 법의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시가격이 법률에 규정된 대로 산정되지 않고 실제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부동산의 가격과 공시가격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생긴 이유는 조세부담을 낮추려는 정치적 압력 때문이다."라면서, “게다가 2020년 국토교통부의 발표에 따르면 공동주택은 69% 정도, 단독주택은 53.6%, 토지는 65.5%로 부동산 유형별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이러한 시세 대비 현실화율 차이는 부동산 유형별뿐만 아니라 가격대별, 지역별로도 나타나고 있으며 이로 말미암아 납세자간에 조세부담의 불공평이 발생하고 복지 지출도 형평에 어긋나게 배분될 뿐만 아니라 고액 자산가들은 세금부담이 크게 감소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면서, “특히 공시가격이 부정확하니 공시가격을 기초로 평가되는 각종 공익사업의 보상금액에 대해 불신과 불만이 생기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부연했다.
이어 “다만 적정가격에 따라 정확한 공시가격을 산정하되 공시가격이 복지(8개), 부담금(4개), 행정목적(19개), 조세(8개), 부동산 평가(20개) 등 60가지 다양한 제도에 활용되는 상황과 개별 법률의 목적과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고려해 제도별로 적용을 유연하게 하는 방식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예컨대 정부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 세율을 조정하거나 특정 법률에 필요한 적용 비율이나 적용기준을 개발해 개별 법률을 손질함으로써 공시가격 현실화 수준에 부합하게 각 제도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공시가격을 의도적으로 왜곡해 조세 부담을 낮추려는 정치적 압력이 증가하게 되므로 공시가격 정상화 일정은 한없이 늘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국토교통부 이랑 부동산평가과장은 1일 “이번 연구용역 및 전문가 자문 위원회 등을 통해 현실화 계획에 따른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한편, 공시제도가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