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회사와 근로자가 근로관계의 종료사유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경우, 회사가 합의해지 내지 자진퇴사를 증명하지 못하면 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 위수현·이은경 판사)는 자동차정비업체에서 도장업무를 수행하던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근로자 원고의 승소로 판결했다.(서울행정법원 2021구합66319)
2020년 7월 13일 자동차 정비업체인 B사에 입사해 자동차 도장업무를 수행해 온 A씨는 같은 해 10월 26일 팀장인 C씨의 욕설로 다툰 이후 회사에 월차계를 작성해 제출하고 퇴근했다. 월차계의 기간란에는 시작하는 날짜로 2020년 10월 26일만 적혀 있을 뿐 종기는 기재돼 있지 않고, 사유란에는 ‘C팀장 폭행, 모욕죄, 협박죄 경찰서 신고, 노동부 신고’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A씨는 같은 해 11월 2일 국민신문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B사 C팀장에게 폭행당했고 ‘강제해고’ 당하였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고, 본문 중에는 “계속 해고 통보를 받았다.” 및 “해고당하였고, C팀장의 폭행으로 현재 입원해 치료받고 있습니다.”라고 기재했다. 다만 그 글의 말미에 고용보험 상실신고 및 이직확인서 처리를 부탁하며 고용노동부에 정식으로 신고한다는 내용을 기재했다.
국민신문고의 민원담당 공무원은 B사에 전화해 A씨의 고용보험 상실신고 처리가 되지 않아 민원이 접수됐다는 이야기를 했고, B사는 A씨와 아무런 연락을 취하지 않은 채 2020년 11월 4일경 A씨가 2020년 10월 27일 개인사정으로 자진퇴사한 것으로 고용보험 상실신고를 했다.
그러자 A씨는 같은 해 11월 20일경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지방노동위원회 및 중앙노동위원회 단계에서 A씨는 일관되게 부당해고임을 주장한 반면, B사는 합의해지 내지 자진퇴사라고 주장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1년 1일 20일 A씨와 B사 사이의 근로관계가 A씨의 의사에 반해 회사의 일방적 의사표시로 종료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A씨는 2021년 2월 2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같은 이유로 기각됐다.
A씨 측은 행정소송에서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사직의 의사를 표시한 바 없다. 그럼에도 회사가 일방적으로 2020년 10월 27일자로 원고의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을 신고했으므로 이는 해고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면서, “그럼에도 이와 다른 판단을 한 재심판정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제11부는 먼저 “근로관계가 종료됐다는 점에 대해서는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다툼이 없지만, 그 종료 원인이 무엇인지에 관해 다툼이 있어 근로자는 ‘해고’를, 사용자는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 또는 ‘근로계약의 합의해지’를 각 주장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근로관계의 종료 원인이 해고가 아니라 쌍방 의사합치에 의한 근로계약 관계 종료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런데 원고가 회사에 직접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했음을 인정할 증거는 전혀 없고 오히려 원고는 회사에 월차계를 제출했고, 회사가 원고가 자진 퇴사했다고 본 2020년 10월 27일은 월차계에 따른 휴가 기간이었던 점에 비추어 원고의 의사는 회사에 계속 근무하면서 B팀장과의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휴가를 원했던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설시했다.
아울러 “회사가 원고의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을 신고하기 위해서는 상실사유를 신청서에 기재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 회사는 원고로부터 근로계약을 계속 유지할지 여부와 근로계약 관계 종료 사유에 관해 원고의 의사를 직접 확인해야 했다.”면서 “그럼에도 회사는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채 원고의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신고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행정법원 제11부는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제2항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통지하지 아니하면,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효력이 없다.”면서, “그런데 회사가 원고를 해고하는 과정에서 원고에게 서면으로 해고사유나 해고시기를 통지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회사의 해고는 <근로기준법>에 정한 서면통지의무를 위반해 효력이 없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21. 4. 20. 원고와 B주식회사 사이의 부당해고구제 재심신청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