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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사장의 전 처가 등기임원이라도 지휘·감독 받으며 일했다면 근로자”

서울행정법원 "해고의 서면통지 의무 위반해 부당해고"
[한국법률일보] 회사 사장과 이혼한 전 부인이 회사의 이사와 감사로 등기됐어도 실제로는 대표이사의 개별적·구체적 지휘감독 아래 일했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해야 하며, 해고의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해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IT업체 AA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와 근로자의 승소판결을 선고했다.(서울행정법원 2020구합90087)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AA사의 대표이사인 A씨와 200912월 결혼한 B씨는 20118AA사에 개발팀 과장으로 입사해 기업부설연구소장과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20173월부터 201811월까지는 사내이사로, 201811월부터 20206월까지는 감사로 각각 등기됐다. B씨는 AA사에서 사업계획서(제안서) 등을 작성해 정부사업을 수주하는 업무나 경리업무, 인사·노무관리 업무 등을 수행했다.

B씨의 근로조건은 회사로부터 2011년에서 2019년까지 매월 일정금액으로 근로소득세 원천징수를 한 후 사전에 정해진 급여 형태의 보수를 받았고, 2011년부터 2020514일까지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보험에 가입됐다. A씨는 B씨가 대표이사인 자신의 처였기 때문에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는 가입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B씨와의 가정불화로 갈등이 심해지자, 201811월경부터 B씨에게 회사에 출근하지 말라고 말을 하다가 20191월에 카카오톡으로 “B씨 내일부로 당신은 책임연구원으로 강등조치 됩니다. 기존에 인사담당으로서 행했던 업무에 대해서 F씨 관련하여 시말서 제출 요청합니다. 해당건 관련하여 징계위원회 결과 3개월 감봉 및 대기발령을 명하는 바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B씨에 대한 징계절차 등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20199월 두 사람은 이혼했다. A씨는 20205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B씨를 감사직에서 해임하고 같은 달 국민건강보험공단에 B씨에 대한 직장가입자 제외 신고를 했다.

B씨는 20206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역가입자 자격변동 안내문을 받고, 회사가 자신을 퇴사 처리한 것을 알게 되자, 같은 날 회사의 대리와 A씨에게 정식으로 해고통지서를 보내 달라고 요구했으나 회사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재판에서 AA사 측은 대표이사 A씨의 배우자였던 B씨는 회사 공동경영자로 경영에 깊숙이 관여했으므로 B씨를 근로자라고 볼 수 없다.”따라서 원고 회사가 B씨를 감사직에서 해임한 것은 근로기준법상 해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재심 판정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B씨는 임원이 아닌 개발팀 과장으로 입사했고, 이후 특별히 근로조건이나 업무내용이 달라진 것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B씨가 이사로 등기되는 과정에서 경영성과에 따른 이익 분배 약정, 보수 약정 등을 별도로 한 바 없고, 실제 이익 등을 분배받거나 당초 약정된 월급 외에 추가 보수를 받은 적도 없었다. B씨가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거나 배당을 받은 바 없고 이사로서 이사회에 참여해 중요한 업무집행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거나 감사로서 실질적 감사 업무를 했다고 볼만한 증거는 없다."면서, ", 참가인의 직위가 점점 높아졌으나, 근로관계의 실질은 전과 동일했던 것을 보인다.”고 설시했다.

이어 회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B씨가 근무시간과 장소의 구속을 받지 않았다고 보기 부족하다.”면서, “설령 B씨가 다른 근로자보다 엄격한 근태관리를 받지 않았다고 해도 이는 B씨가 원고 회사 대표이사이자 1인 주주인 A씨의 배우자여서 A씨의 허락으로 근로시간과 장소 선택에 좀 더 자율성이 인정되는 근무형태를 취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 B씨의 근로자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20205B씨와 원고 회사 사이의 근로관계가 종료됐고, 이는 원고 회사의 일방적 의사에 의한 것이므로 이를 해고로 봄이 옳다.”면서, “그런데 원고 회사가 B씨를 해고하면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위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고 회사의 B씨에 대한 해고는 그 사유가 정당한지 여부에 관해 살펴볼 필요 없이 그 효력이 없어 회사의 재심신청을 기각한 이 사건 재심 판정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B씨는 AA사를 상대로 임금 등 지급청구 소송도 제기했는데, 법원은 20217B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전제로 원고 회사는 B씨에게 202012월분까지의 미지급임금 4212873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고, 2021110일부터 B씨가 회사를 퇴직하는 날까지 매월 10일에 월 350만 원의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B씨의 청구를 인용했다. 현재 이 사건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B씨는 또 20206월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에 A씨를 임금체불로 진정했고, 지방고용노동청장은 20216B씨에게 ‘AA사가 근로기준법 제36(금품청산)를 위반했다고 보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통지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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