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아동을 위한 아동친화적 진술 청취제도 인포그래픽(자료=법무부) |
[한국법률일보] 성폭력 피해아동의 법정에서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아동친화적인 증거보전 제도가 도입된다.
법무부는 금년 1월 출범한 젠더폭력처벌법 개정 특위에서 심층적인 논의를 하고 유관기관과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마련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14일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안에 수사과정에서 미성년 피해자의 진술을 영상녹화한 후 증거보전절차를 통해 피고인(피의자)의 반대신문 기회를 보장해 재판단계에서는 피해자의 법정 출석 없이 영상녹화물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 기존 증거보전절차와 달리 미성년 피해자는 아동 친화적인 별도의 장소에서 조사관에게 진술하고 판사와 소송관계인들은 법정에서 영상 중계 장치를 통해 진술 과정을 참관하는 ‘편면적 영상증인신문’ 절차를 마련했다.
아울러 사전에 신문 사항을 정하는 준비절차를 거치고 변호인은 훈련된 전문조사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질문하도록 해 미성년 피해자가 공격적인 반대신문에 직접 노출되는 것을 방지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23일 헌법재판소는 원진술자의 법정 증언 없이 영상물에 수록된 19세 미만 성폭력범죄 피해자 진술에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성폭력처벌법>상 증거능력 특례조항(제30조 제6항)에 대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했다.
기존에는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가 영상녹화 조사를 받고 나면 영상녹화물이 증거로 사용되므로 법정에 출석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로는 성폭력범죄의 입증을 위해서는 미성년 피해자가 직접 ‘법정에 출석’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법무부 형사법제과 관계자는 "‘법정 출석’은 물리적으로 법정에 서야 한다는 것 뿐만 아니라, 1회 진술 시와 다른 낯선 장소에서 낯선 여러 사람의 질문에 답해야 하고, 특히 변호인의 공격적 신문의 대상이 되며 사건으로부터 ‘먼 시점’에 다시 피해 경험을 회상해서 진술해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이와 같은 법정 출석으로 인해 미성년 피해자는 극심한 정서적 고통을 겪게 될 뿐만 아니라 아동의 특성에 적합하지 않은 사법 환경에서는 양질의 진술을 얻어내기 어려워 실체적 진실 발견도 어렵게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취학 또는 초등학생 피해자의 경우에는 '법정 출석' 자체가 불가능하고, 법정 출석이 두려워 아예 범죄피해 신고를 포기하게 될 수 있어 중범죄인 아동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사법정의 실현이 곤란하다는 문제도 발생한다.
이 때문에 북유럽의 바르나후스(Barnahus: 아동의 집) 모델에서는 재판 전 수사단계에서 훈련된 전문가에 의한 아동 포렌직 인터뷰를 영상녹화해 영상녹화물을 증거로 사용하고 변호인이 전문가를 통해 간접적으로 질문할 기회를 부여해 반대신문권을 보장하고 있다.
유럽평의회는 바르나후스 모델을 성폭력 피해아동을 위한 아동친화(child-friendly)사법 모범 모델로 인정해 유럽 내 확대를 위한 ‘바르나후스 도입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법무부 형사법제과 관계자는 "바르나후스 모델은 피해아동 보호와 피고인의 권리 보장이 조화를 이룬 것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제도로 대안입법의 모델로 삼아 우리 법체계와 여건에 맞는 아동 친화 사법제도를 설계했다."면서, “입법예고 기간 법안에 대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최종 개정안을 확정하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