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투기 목적 없는 부부간 증여임에도 구체적 사정은 살피지 않은 채 단순히 기준일 이후에 주택소유권을 취득했다는 이유로 이주자택지 공급대상자에서 제외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행정심판 결정이 나왔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이주자택지 공급대상자 선정 기준일(2016년 8월) 이후 주택소유권을 취득했다는 이유만으로 공급대상자에서 제외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처분을 취소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와 그 배우자는 혼인 후인 2007년 11월 단독주택을 신축해 A씨의 배우자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한 후 계속 거주해왔다.
이후 이 단독주택이 소재한 토지에 국가산업단지 조성이 결정됐고 2016년 8월 주민공람이 공고됐다.
A씨는 배우자로부터 증여받아 2017년 2월 단독주택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했고 2018년 7월 LH와 주택에 대한 보상계약을 체결했다.
LH는 2019년 11월 ‘기준일인 2016년 8월 이전부터 보상계약 체결일까지 당해 가옥을 소유하면서 계속해 거주한 자’를 이주자택지 공급대상자로 선정함을 안내했다.
A씨는 LH에 자신을 이주자택지 공급대상자로 선정해 달라고 신청했으나 LH는 A씨가 기준일(2016년 8월) 이후인 2017년 2월에 이 단독주택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했다는 이유로 A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A씨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A씨의 가족 모두 기준일 이전부터 이 단독주택에 거주해오다가 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의 시행으로 거주지를 상실하고 사업지구 밖으로 이전하게 된 사실에 주목했다.
또 A씨 부부와 두 자녀로 구성된 A씨의 가족 구성원 모두 이 단독주택이 신축된 2007년 11월부터 A씨의 배우자나 A씨를 세대주로 하는 동일 세대를 구성하며 계속해서 거주해온 사실이 확인됐고, 단독주택에 관한 A씨 부부간의 증여행위가 투기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볼 만한 정황도 없었다.
이에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A씨가 이주자택지 공급대상자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고 A씨에 대한 공급대상자 제외처분을 취소했다.
국민권익위원회 민성심 행정심판국장은 “사업시행자는 해당 공익사업의 성격, 구체적인 경위나 내용 등 제반사정을 고려해 이주대책을 수립·시행할 수 있으므로, 신청인에 관한 구체적 사정과 그에 관련된 이익을 제대로 살펴 이주대책 제도의 법리에 맞게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