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정보가 새고 있다①] 민변 '법무부·과기부, 얼굴인식 AI식별추적시스템 구축 공익감사청구' 한국법률일보

[생체정보가 새고 있다①] 민변 '법무부·과기부, 얼굴인식 AI식별추적시스템 구축 공익감사청구'

시민사회단체 "지문·얼굴·홍채·정맥 등 생체정보는 대체 불가능 한번 유출되면 매우 위험"

민변,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7일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과기부의 얼굴인식 인공지능식별추적시스템 구축 사업에 대한 공익감사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했다.

[한국법률일보] "국가기관이 민간기업의 기술개발과 특허 취득을 위해 내외국인의 실제 얼굴정보를 제공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어 사업추진 배경, 과정 등의 부당·위법한 업무처리 여부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사)정보인권연구소는 지난 27일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과기부의 얼굴인식 인공지능식별추적시스템 구축 사업에 대한 공익감사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했다.

민변 등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0월 법무부·과기부가 얼굴인식 인공지능식별추적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하면서 출입국 본인 확인용으로 수집⋅보유하고 있는 내외국인 1억 7000만여건의 얼굴정보를 민간기업의 인공지능 학습 및 검증용으로 무단 제공했다.

민변등 시민사회단체는 "이 과정에서 정보주체에게 동의를 받기는커녕 고지조차 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며 "지문, 얼굴, 홍채, 정맥 등 생체정보는 사람의 일생 동안 변화가 거의 없는 유일 정보이고 대체가 불가능해 한번 유출되면 사생활 침해, 범죄 악용의 위험이 커 이를 이용한 인공지능은 매우 위험한 기술이다.”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최근 국제기구는 물론 각국 규제당국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얼굴인식을) 집중적으로 규제하고 있다.”며 "클리어뷰AI, 페이스북 등의 위법한 얼굴인식은 미국, 호주 등 각국 개인정보 보호 당국과 법원의 제재를 받아 왔으며 위법적으로 개발된 데이터셋 파기를 명령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공공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얼굴인식에 대해 유엔인권 최고대표는 2021년 9월 13일 '디지털시대의 프라이버시권 보고서'에서 얼굴인식기술 등 고위험 인공지능의 사용유예(모라토리엄)를 요구했다.”며 "최근 유럽연합은 얼굴인식 기술의 사용을 금지 또는 제한하는 인공지능법을 추진 중이다.”고 밝혔다.

민변등 시민사회단체는 "국내 상황은 법무부와 과기부가 합작한 인공지능식별추적시스템의 사례에서 보듯이 인권, 프라이버시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충분한 고려나 시민적 소통과 합의과정, 심지어 충분한 법률적 검토도 없이 정확성, 편리성, 신속성 등을 내세워 국가기관과 지자체 등에서 무분별하게 추진하고 있는 추세이다.”고 비판했다.

특히 국가가 출입국관리 목적으로 수집, 보관하고 있는 내외국인의 ‘실제' 얼굴정보를 다수의 민간기업이 자사 솔루션을 위해 처리하도록 제공하고 다수의 민간기업이 특허를 취득하는 등 독자적인 이익을 얻은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민변등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이다.

아울러 얼굴 등 생체인식 정보를 활용하는 고위험 인공지능에 대해 모라토리엄 등 규제를 구체화하고 있는 유럽 및 국제 인권기구의 입장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변등 시민사회단체는 "이처럼 법무부와 과기부의 인공지능식별추적시스템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고, 무엇보다 특별한 법적 보호를 요구하는 생체정보인 얼굴정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절차상의 적법성, 정당성, 책임성이 요구된다.”며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경위, 필요성 적법성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 등이 있었는지, 이후 사업성과 관리 등 전반에 걸쳐 위법, 부당한 업무처리가 있었는지에 대해 감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했다.

지난해 10월 21일 ‘한겨레' 보도 등이 이번 감사청구의 배경이 됐다.

민변등 시민사회단체는 “2019년부터 '인공지능식별추적시스템구축 및 실증 공모사업'을 위해 법무부가 출입국심사과정에서 수집, 보유하고 있는 내·외국인 안면 데이터 약 1억 7000만건을 정보주체 동의 없이 민간기업들에게 인공지능 학습 및 알고리즘 검증용으로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민변등 시민사회단체는 또 "2021년부터 이른바 '리얼 데이터'를 얻는다는 목적으로 인천공항 내 CCTV를 추가로 설치해 내외국인 영상을 취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얼굴정보는 한 개인의 일생 동안 거의 변화가 없는 유일무이한 정보이자 민감정보로서 법률에서 특별한 보호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이와 같이 정보주체의 동의는 물론이고 고지도 없이 민간기업에 제공, 처리됐다는 사실은 충격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면서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와 과기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민간기업이 법무부가 공적 목적으로 수집, 보유한 얼굴 데이터를 인공지능 개발 학습 및 검증에 활용한 것을 부인하지 않았으나, 출입국심사라는 본래 목적과 관련된 업무처리와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별도 본인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개인정보 처리 위탁에 해당하므로 개인정보보호법령 등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바 있다.

그러나 민변 등 시민사회단체는 “출입국심사 과정에서 본인 확인을 위해 수집한 얼굴 데이터를 인공지능식별추적시스템을 고도화하는 학습 데이터 등으로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본래 수집 목적을 벗어난 것일 뿐 아니라, 얼굴 데이터를 이용해 알고리즘을 고도화한 민간기업들이 개인정보처리에 독자적인 이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위수탁 관계로 처리하는 것은 명백히 위법이다."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민변등 시민사회단체는 "관련 자료 등을 검토해 사업의 추진단계부터 수행과정 및 성과관리, 사회적 논란에 대한 대응 과정 전반에 걸쳐 사업의 필요성, 절차적 합법성 및 법적 타당성 등에 대해 살펴봤다.”면서 "업무처리에서 위법, 부당성이 드러나거나 의심돼 공익감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필요성이 있어 감사청구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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