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대법원이 자녀 입시 관련 사문서위조 및 행사, 사모펀드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해 징역 4년형을 확정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2019년 8월로부터 약 2년5개월 만이다.
대법원 2부(재판장 조재연 대법관, 주심 천대엽 대법관, 민유숙·이동원 대법관)는 2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교수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공소사실 중 일부는 유죄로, 일부는 무죄로 판단하면서 '징역 4년에 벌금 5천만 원, 추징금 1천61만1천657원'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대법원 2021도11170).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 동양대 강사휴게실 PC 2대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증거능력, ▶ 금융계좌추적용 압수·수색영장의 집행 결과 수집된 금융거래자료 등의 증거능력, ▶조국 부부 자녀의 의학전문대학원 부정지원 관련 범죄의 성립 여부, ▶ 사기 및 보조금법 위반죄의 성립 여부, ▶ 코링크PE 관련 횡령죄, 자본시장법 위반죄 등의 성립 여부, ▶증거인멸·은닉·위조 교사죄의 성립 여부였다.
대법원 재판부는 우선 동양대 PC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한 피압수자에 더해 임의제출자가 아닌 피의자에게도 참여권이 보장돼야 하는 ‘피의자의 소유·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라 함은 피의자가 압수·수색 당시 또는 이와 시간적으로 근접한 시기까지 해당 정보저장매체를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하면서 그 정보저장매체 내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을 보유·행사하고, 달리 이를 자신의 의사에 따라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포기하지 않은 경우로써, 피의자를 그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정보에 대해 실질적인 압수·수색 당사자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정보저장매체의 외형적·객관적 지배·관리 등 상태와 별도로 단지 피의자나 그 밖의 제3자가 과거 그 정보저장매체의 이용 내지 개별 전자정보의 생성·이용 등에 관여한 사실이 있다거나 그 과정에서 생성된 전자정보에 의해 식별되는 정보주체에 해당한다는 사정만으로 그들을 실질적으로 압수·수색을 받는 당사자로 취급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PC는 2019년 9월 10일 당시 동양대 관계자가 동양대에서 공용 PC로 사용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임의처리할 것을 전제로 3년 가까이 강사휴게실 내에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보관·관리 업무의 담당자인 조교와 동양대 물품 관리를 총괄하는 행정지원처장이 동양대 측의 입장을 반영한 임의적인 의사에 따라 검찰에 제출했다.”면서, “이 사건 각 PC에 저장된 전자정보 중 자녀의 의학전문대학원 부정지원 관련 범행의 증거로 사용된 부분은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필요성과 관련성이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PC에 저장된 전자정보에 대한 탐색 및 추출 등 과정에서의 참여권 보장 문제에 대해서 “이 사건 각 PC에서 추출된 전자정보의 압수·수색 절차에 피압수자 측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면서, “대법원이 2021년 11월 18일 선고한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르더라도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해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동양대 PC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정보주체’라면서 피고인 측에게 참여권이 보장되었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의자의 관여 없이 임의제출된 정보저장매체 내의 전자정보 탐색 등 과정 에서 피의자가 참여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정보저장매체에 대한 현실적 지배·관리 상태와 그 내부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의 보유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지배·관리 등의 상태와 무관하게 개별 전자정보의 생성·이용 등에 관여한 자들 혹은 그 과정에서 생성된 전자정보에 의해 식별되는 사람으로서 그 정보의 주체가 되는 사람들에게까지 모두 참여권을 인정하는 취지가 아니다.”라면서, “결국 이 사건 각 PC에 저장된 전자정보에 대한 탐색 및 추출 등 과정에서 피압수자 측에게는 참여권이 보장됐고, 피고인 측의 참여권까지 보장되어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부적절한 부분이 있으나 이 사건 각 PC에서 추출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금융계좌추적용 압수·수색영장의 집행 결과 수집된 금융거래자료 등의 증거능력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금융기관에서 금융거래자료를 수신하기에 앞서 금융기관에 영장 원본을 사전에 제시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적법한 집행 방법이라고 볼 수 없지만, 일련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하나의 영장에 기하여 적시에 원본을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압수·수색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영장의 적법한 집행 방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이 사건의 경우,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자료의 선별 절차를 거친 후 최종적으로 영장 원본을 제시했기 때문에, 영장의 당초 집행 대상과 범위 내에서 이를 압수·수색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면서 “수사기관이 적법절차와 영장주의 원칙을 잠탈하려는 의도에서 이러한 방법의 집행을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각 금융계좌추적용 압수·수색영장의 집행 과정에서 확보된 금융거래자료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본 원심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해서도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임정엽 부장판사)는 정 전 교수에게 징역 4년 및 벌금 5억 원, 추징금 1억3천894만4천990원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했고,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형사1-2부(엄상필·심담·이승령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중 일부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벌금 5천만 원과 추징금 1천61만1천657원으로 줄였으나 징역형량은 1심과 같은 4년을 선고했다.
정경심 전 교수는 자녀의 의학전문대학원 부정지원 관련 업무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위조공문서행사,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연구보조원 수당 거짓 신청 관련 사기 및 보조금법 위반, 코링크PE 자금에 관한 업무상횡령, 미공개중요정보 이용으로 인한 자본시장법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거짓 변경보고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 차명 계좌 이용으로 인한 금융실명법 위반, 증거인멸·은닉·위조 교사 혐의로 기소됐다.
정경심 전 교수의 배우자인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이날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지 4시간여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오늘 저녁은 가족이 모여 따뜻한 밥을 같이 먹을 줄 알았으나, 헛된 희망이 되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고통스럽습니다. 그동안 음양으로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신 시민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나라의 명운을 좌우할 대선에 집중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선진국 대한민국이 대선 결과 난폭 후진하게 될까 걱정이 큽니다. 제 가족의 시련은 저희가 감당하겠습니다. 송구하고 감사합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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