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여연대는 '위기의 공수처 1년, 분석과 제언'이라는 주제로 20일 토론회를 개최했다. |
[한국법률일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출범 1년을 맞았지만 공수처는 당초 설립 목표에 부응하는 활동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1년간 공수처는 2,600여건의 사건을 접수하고 20여건을 수사했지만 기소사건이 '0'건이라는 사실은 공수처의 현주소를 잘 대변해 준다.
수사과정에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공수처 1호 사건으로 고위공직자 주요 비리 문제로 보기 힘든 조희연 교육감 사건을 선정해 논란이 일었다.
이규원 검사 사건에 대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채 검찰에 재이첩했고, 명운을 걸었다던 고발사주 사건에 대해서는 기소 여부 조차 확정 못하는 등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검사의 범죄에 엄중한 수사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왔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최근에는 통신자료 조회로 기자 등의 사찰 논란에 휩싸인 것을 비롯해 원칙 없는 임의제출과 압수수색 등 공수처가 검찰과 다른 인권친화적 수사관행을 만들어가라는 사회적 요구와도 부합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참여연대는 '위기의 공수처 1년, 분석과 제언'이라는 주제로 1월 20일 토론회를 개최했다.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공수처 1년 활동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공수처가 국민적 바람에 부응하고 검찰 견제 역할을 해나가기 위해 요구되는 역할에 대해 짚어봤다.
|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이 '공수처 1년 - 그 한계와 민주적 통제'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
◆ 공수처 조직 운영과 과정 폐쇄적…책임지지 않는 구조 통제 가능할까
"대한민국 검사 1명이 가지고 있는 사건이 1,000건이다. 그런데 공수처 검사가 접수한 사건은 100건이다. '10대 1000'이라는 그 상황 속에서 두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병렬적으로 비교하는 것도 우리가 고민해 봐야 될 필요가 있다. 왜 제가 이런 말씀부터 먼저 시작을 하느냐 하면 공수처에 대한 시민사회의 기대라는 것이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공수처를 통해서 우리가 실현하고자 하는 어떤 가치들이 있었고, 그 가치들을 제대로 실천해내기 위해 시민사회의 노력들이 있었다.”며 "그 노력들이 물론 1년 안에 충족은 되지 않는다. 그동안 공수처가 이런 노력들에 봉사할 수 있는 그런 의지와 역량과 더 나아가 적어도 그 맥락성 정도는 보였어야 되지 않았느냐는 것인데, 그런데 공수처가 1년 동안 했던 것들을 보면 공수처법의 제정 과정이 지난했고, 공수처 조직이나 설치 과정이 너무나 우여곡절이 많았다.”면서 공수처의 미흡한 부분을 인내하고 감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이 같이 말했다.
한 위원은 공수처가 수사가 잘했느냐, 못했느냐 하는 것은 나중에 수사 결과로 이야기가 돼야 될 부분이라면서도 그동안 공수처의 조직 운영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이 '공수처 1년 - 그 한계와 민주적 통제'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
한 위원은 "참여연대가 공직자 부패 척결을 위한 대안으로 부패방지법 입법을 청원했던 이유가 현재 공수처가 수행해야 되는 기능 두 가지를 그대로 대변한다.”며 “공수처가 검찰 개혁의 수단이고 검찰에 대한 하나의 견제 기구라고 했을 때 실제 우리가 예상했던 것은 공수처가 검사 때려잡는 기구가 아니라 검찰이 독점하고 있던 기소권, 수사권을 경합적으로 가져가면서 그것을 통해서 검찰이 덮어버린 사건, 이런 것들을 제대로 규명함으로써 이 나라, 이 땅에서 권력형 범죄, 부정부패가 없어지게 하는 게 주된 목표였다.”고 시민사회가 바라는 공수처의 기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상하게 재작년 공수처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검찰개혁이라는, 검찰공화국에서 나타나는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척결하는 수단으로 공수처의 역할이 설정되면서 (공수처 설립의) 방향성이 조금 달라졌다.”면서, “여태까지 공수처가 입건해서 수사하고 있는 사건들을 보면 한 건을 제외하면 모두가 검사와 관련돼 있다. 물론 검찰 공화국 속에서 드러난 피해는 엄청나게 크고, 그것이 우리 사회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은 사실이기는 하다. 과연 공수처가 집중해야 되는 사건 중에 검찰 관련 사건이 많아도 되는 것인지”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이 '공수처 1년 - 그 한계와 민주적 통제'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
일각에서 공수처의 수사 구성원들을 두고 아마추어 기관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공수처 수사처는 검찰의 절반 이상을 검사 출신이나 수사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공수처에 들어가서 새로운 수사 기법들을 만들어내고 수사 과정들을 구성해서 그걸 바탕으로 인권 수사 그리고 권력을 무서워하지 않는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수사를 하라 라는 것이 요구였다.”며 “그 때문에 공수처가 수사 역량이 떨어지는 건 적어도 1~2년 정도는 당연한 것이고 우리 사회가 인내하고 감내해야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왜냐하면 공수처가 검찰로부터 독립해야 되고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되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공수처의 독립성을 확보한다는 명분 하에 공수처의 수사 역량을 애초 설계부터 너무 줄여놨다”며 “수사처 검사 25명 이하 그리고 수사관 40명 이하 이렇게 해놓은 것은 너무 적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그 수사처 검사의 재임 기간도 3회에 한해서 연임할 수 있으니까 3년마다 재임용받아야 되는 이런 구조를 만들어 놨다.”고 수사 인력 보충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어 “경찰청 같은 기관에서 수사 인력을 40명이나 파견받았을 때 그들이 수사권을 가지느냐, 수사에 참여할 수 있느냐 이런 문제 같은 것들도 다시 한번 검토해야 되는 그런 모호함이 존재한다.”며 “당초 (공수처에 대한) 설계부터 조금 잘못돼 있는 것들은 앞으로 조금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이 공수처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한 위원은 또 “사실 공수처가 독립된 기구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이상하게도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의 한 부서라고 못 박고 있다.”며 "태생적으로 삼권분립이라는 그런 형식 논리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 헌법재판소나 또는 법조계의 흐름을 비추어 볼 때 공수처의 독립성이라는 것은 제도적으로 보장되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다른 말로 하자면 공수처는 그 지지 기반을 정부나 대통령이나 여당이나 또는 어떤 정치 세력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에 의존하지 않는 한은 그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봤을 때 공수처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공수처의 기능성을 현저하게 줄여놨던 이 부분들은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조금 바꿔 나갈 필요는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부연했다.
공수처의 청와대 내 비리 인사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도 지적했다.
한 위원은 “압수수색 영장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한 채 청와대가 임의 제출한 자료에 의존했다는 것은 공수처의 기능성에 아주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을 한다.”며 “공수처의 주된 기능이 권력형 범죄의 척결이라고 한다면 이 권력형 범죄가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곳이 청와대인데, 그렇게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청와대에 대해서 압수수색을 하지 못한다면 공수처는 어떻게 권력형 범죄를 척결할 수 있을까”라며 공수처의 태생적 한계를 우려했다.
|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이 공수처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어 “또 하나 공수처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문제가 공수처의 지지 기반을 제대로 확보할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저는 거기에 제일 큰 방점을 두고 있다.”며 “현재 공수처는 그 어떤 기관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국회에 대해서도 국회가 국회의원들이 불러서 질의 답변을 하는 그런 시간을 갖지 않는 한은 공수처는 국회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지 않고, 국민에 대해서도 책임지지 않고, 대통령에 대해서도 법적으로는 책임지지 않는 그런 구조가 되어 있다.”면서 공수처를 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만들어 놓았던 게 공수처 자문위원회인데, 법령상의 조직이 아니라 공수처 규칙으로 정해놓은 조직이다. 나머지 영장심의위원회라든지, 수사심의위원회 이런 것들은 전부 훈령상의 기구이고, 이 모든 것들이 개방적 구조를 가지지 않는다. 처장이 그냥 직권적으로, 다른 말로 하자면 자기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는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고, 그나마 그 명단조차도 공개가 되어 있지 않다.”고 부연했다.
한 위원은 “공수처라는 또 다른 권력을 가진 기관에 대한 민주적인 거버넌스 체제를 구성하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는 그런 체제로 돼있다. 뿐만 아니라 공수처 자문위원회 운영 같은 것도 분기별로 한 번 정도 수시 회의를 하는 정도로 이루어진다.”며 "아무 생각 없이 회의를 가지고 주어지는 자료를 보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바탕으로 판단하는 이런 구조로 되기 십상인 그런 조직을 만들어 놓았다.”고 꼬집었다.
|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이 공수처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어 “이 조차도 명단 공개를 하지 않는 등 자문위원회 조차도 시민사회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는 그런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이건 조금 문제가 있지 않느냐 싶은 생각이 든다.”며 “하도 답답해서 자문위원회가 어떤 회의를 했는가 한번 찾아봤는데, 보도자료 내용이 '회의 소집했다.’ '회의 열심히 했다. 끝' 이렇게 나온다. 이런 자문위원회는 있으나 마나 한 것이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실제 공수처법에 이런 운영에 관련된 통제 기구를 마련했어야 했다. 또 하나 공수처가 해야 될 일 중에 하나는 민주적인 책임을 지는 소위 말해서 ‘어카운트빌리티’(accountability)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책무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들이 있어야 된다.”며 "그중에 하나가 자문위원회 같은 조직이라 하면 또 다른 측면에서는 시민사회와 소통하는 구조를 가져야 된다. 어떤 문제든지 이야기를 하고, 설명하고 시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또 그 이해하는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그런 구조를 가져야 된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은 “(공수처) 설립 이후에 50회에 달하는 보도자료를 내보냈다. 이 중에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수사 관련된 것은 딱 네 건뿐이다.”며 “그것도 보도자료가 아니고 보도 설명이다. 물론 다른 기회를 통해서 이야기를 한 걸로 알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공식적인 자료로서 흔적이 남는 그런 설명의 기회라는 것은 아주 한정적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공수처의 폐쇄성을 우려했다.
|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이 공수처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한 위원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통해 ‘K 방역’이 주목을 받고 있다며 “(질병관리청이) 그때그때 방역과 질병에 관해서 진솔한 대화를 함으로써 코로나 방역에 대한 국민적인 신뢰를 높였다.”며 “그것이 K 방역의 원동력이 됐다는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부분이다. 공수처장은 왜 이런 역할을 하지 못했을까.”라고 아쉬움을 표명했다.
이어 “물론 피의사실 공표라는 것이 지난 검찰 개혁에서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기도 했지만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권력자들이다. 수사 대상이 되는 사건 역시 개인적인 범죄가 아닌 공권력을 이용한 범죄이다.”며 “공적인 관심이 집중돼 있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가장 결정적인 그런 사태들을 중심으로 수사 대상을 삼고 있다. 이렇다고 한다면 피의사실 공표나 또는 그 당사자들의 방어권을 보장한다는 측면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알고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경우에 따라서는 통제할 수 있는 그런 힘도 필요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일례로 과거 국정농단 사태를 거론하며 “국민들이 광화문에 모였고 그 힘으로 (대통령을) 탄핵을 시킬 수가 있었다. 민주주의가 그렇게 작동했던 것이다.”며 “바로 이런 부분들은 단순히 탁상 논리에서 나오는 피의사실 공표나 방어권 보장 같은 논리를 넘어서는 또 다른 헌법 가치라고 할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은 “(공수처가) 수사공보 준칙을 만들어서 그것도 시민사회의 대화도 전혀 거치지 않은 채 그냥 독단적으로 만들어서 '우리는 앞으로 말하지 않을 거야 국민들은 그러니까 나중에 수사 결과만 봐’라는 것인데, 수사 결과 조차도, 공소장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그냥 재판이 진행되면 '재판소에 가서, 법정에 앉아서 봐' 이런 식으로 가서는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공수처의 통신자료 수집 논란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한 위원은 “우리나라는 전기통신사업법 자체가 잘못돼 있다. 통신자료를 수집하게 되면 그 전화번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와 주소가 달려 나온다.”며 “공수처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된다. 그동안 검찰과는 달리 어떠어떠한 방식의 개인정보 보호라든지, 인권 보장의 절차들을 밟았다는 설명은 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또 하나 통신자료 수집보다 더 무서운 것이 민주사회에서 기자들의 정보원을 그대로 검색했다는 통신사실 확인 자료에 대한 협조를 받았다는 것은 더욱더 문제이다. 물론 이건 법원에 허가증을 받기는 했다지만 어쨌든 기자들의 전화번호를 그대로 쭉 훑어서 누군가를 알아보려고 했다는 것이다.”며 “그 자체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적어도 공수처장이 기자회견의 장을 열어서 이러이러한 이유로 이런 것들을 쳐다봤고 그리고 그 결과는 여러분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는 설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고쳐나가야 될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수처가 왜 공수처여야 되는지, 왜 이 사회에 공수처가 설치되고 운영돼야 하는지 그에 대한 공수처 구성원들의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