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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발레 무용에 창작적 기여 없는 공연기획자는 저작권자로 볼 수 없다” 판결

공연기획자와 프리랜서의 관계, ‘업무상저작물’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로팩트 김명훈 기자] 공연기획자와 발레무용수 겸 안무가의 발레 무용에 대한 저작권 분쟁 사건에서 발레 무용에 창작적 기여 없는 공연기획자는 저작권자로 볼 수 없으며, 고용관계 또는 실질적 지휘·감독관계도 인정하기 어려워 업무상저작물로도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A씨는 경희대학교 무용학과를 졸업한 후, 공연기획사를 운영하면서 20088월경부터 발레 등 각종 공연을 기획·공연하고 있었고, B씨는 발레 무용수 겸 안무가로 활동하면서 ‘H발레아카데미라는 상호로 발레학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A씨는 20118월경 IT 국악밴드의 국악 연주와 발레가 어우러지는 발레와 빛의 소리’(이하 이 사건 제1 발레 작품’)라는 제목의 발레 작품을 제작하기로 하고, 20122월경 B씨를 찾아가 발레 작품의 안무 및 무용수 지도를 의뢰했고, 이에 B씨는 20123월경부터 이 사건 제1 발레 작품의 안무를 담당하고 무용수를 지도하는 등의 공연준비를 했다.

A씨는 201254일 이 사건 제1 발레 작품을 처음으로 공연하면서 그 공연 브로셔에 예술감독을 A씨로, 안무가를 B씨로 표시했다.

한편 A씨는 20124월경 이 사건 제1 발레 작품 제작 과정에서 B씨에게 소외계층을 위한 발레작품으로서 발레로 듣는 이야기 나무’ The Tree”라는 제목의 작품(이하 이 사건 제2 발레 작품이라 하고, 이 사건 제1 발레 작품과 통칭해 이 사건 발레 작품들이라 함)도 제작할 것을 제안했고, B씨가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제2 발레 작품의 안무를 담당하는 등의 공연준비를 했다.

A씨는 2012628일 이 사건 제2 발레 작품을 처음으로 공연하면서 그 공연 브로셔에 대표?단장을 A씨로, 예술감독 및 안무가를 B씨로 표시했다.

B씨는 이 사건 발레 작품들의 초연 때부터 2014년 무렵까지 이 사건 발레작품들의 공연에 참여했다.

그 후 A씨는 2015년경 B씨의 동의 없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이 사건 제2 발레 작품에 대한 공연신청을 하고 수원시 등지에서 공연을 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20155A씨에게 이 사건 제2 발레 작품의 안무를 담당한 자신의 허락 없이 공연하는 것은 이 사건 제2 발레 작품에 대한 자신의 저작재산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취지를 통지한 후, 20156월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이 사건 발레 작품들에 대한 저작권등록을 신청해 저작권등록을 마쳤다.

그러자 A씨는 이 사건 발레작품들은 피고 B씨가 피고용인으로서 업무상 저작한 것이므로 저작권법 제9조에 따라 저작권은 원고에게 있다. 설령 단독저작물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최소한 원고와 피고의 공동저작물에 해당한다"면서 B씨를 상대로 저작권침해금지 등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그러나,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2(재판장 이태수 부장판사) 판결에 이어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민사4(재판장 배기열 고등부장판사, 주심 정윤형 고법판사)에서도 원고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도 모두 원고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의 첫 번째 쟁점은 원고가 이 사건 발레 작품들의 저작자 또는 공동저작자인지 여부였다.

원고는 종합예술인 발레작품은 동작, 조명, 음악, 무대, 줄거리 등 다양한 요소들이 융합된 결과물인데, 이 사건 제1 발레 작품은, 이 사건 발레 작품들 전체를 총괄해 기획·연출하는 예술총감독인 원고가 안무가인 피고에게 각 막 별로 안무 의도 및 표현 형식을 알려주고, 이에 따라 피고가 안무가 겸 무용수 지도자의 지위에서 음악에 맞는 안무 초안을 짜고 무용수들과 함께 원고 앞에서 시연한 후 원고가 그중 변경할 부분과 배제할 부분을 지적하면 피고가 원고의 의도에 따라 재구성을 하여 원고가 이를 확정하는 방식으로 창작이 이루어졌다면서, “또한 원고는 이 사건 제2 발레 작품의 무용 부분은 이 사건 제1 발레 작품의 무용 부분을 수정하여 사용하였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제1 발레 작품의 무용 부분 구성의 변경 및 결정을 원고가 한 이상 창작적 표현 방식으로서의 무용 부분은 원고가 창작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그 부분을 변형한 이 사건 제2 발레 작품의 무용 부분 역시 원고가 창작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발레 작품들의 저작자이거나 적어도 공동저작자이고, 피고는 원고에게 피고 명의의 이 사건 발레 작품들에 대한 저작권등록을 말소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는 원고가 예술총감독의 지위에서 이 사건 발레 작품들을 기획·연출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발레 작품들을 구성하는 무용, 음악 등은 독자적인 저작권의 대상이 되는 것이어서 원고에게 이 사건 발레 작품들에 관한 저작권이 포괄적으로 귀속된다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발레 작품들의 무용 부분을 창작한 것은 피고이므로 피고가 이에 관한 저작권을 가진다고 반론했다.

이 사건의 두 번째 쟁점은 이 사건 발레 작품들이 원고의 업무상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원고는 설령 이 사건 발레 작품들 중 무용 부분의 저작자가 원고가 아닌 피고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발레 작품들은 피고가 원고의 피고용인으로서 업무상 저작한 것이므로 저작권법 제9조에서 정한 업무상저작물에 해당하므로 그 저작권은 원고에게 귀속되고, 피고는 원고에게 피고 명의의 이 사건 발레 작품들에 대한 저작권등록을 말소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는 원고와 피고는 공연기획자와 프리랜서의 관계로 이 사건 발레 작품들을 공연하고 그 수익을 나누는 사이였을 뿐, ·피고 사이에 고용관계가 있었던 것은 아니므로 이 사건 발레 작품들을 업무상저작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 민사4부는 발레는 무용저작물로서 일반적으로 무용수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무용에 사용된 음악, 의상, 조명, 무대장치 등이 결합되어 있는 종합예술의 장르에 속하고, 복수의 저작자에 의하여 외관상 하나의 저작물이 작성된 경우이기는 하나, 그 창작에 관여한 복수의 저작자들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이 분리되어 이용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공동저작물이 아닌 단독 저작물의 결합에 불과한 이른바 결합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발레를 구성하는 저작물의 각 저작자는 각자 분담부분에 대하여 개별적인 저작자로 취급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발레 자체는 연극저작물의 일종으로서 영상저작물과는 그 성격을 근본적으로 달리하기 때문에 영상물제작자에 관한 저작권법상의 특례규정이 발레 제작자에게 적용될 여지가 없으므로 발레의 제작 전체를 기획하고 책임지는 제작자라도 그가 발레의 완성에 창작적으로 기여한 바가 없는 이상 독자적인 저작권자라고 볼 수 없고, 다만 발레를 구성하는 개별 저작물이 모두 그의 기획 하에 그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로서 저작권법 제9조 소정의 업무상저작물에 해당하거나, 개별 저작권자들로부터 별도로 그 각각의 저작권을 양도받는 경우에 한하여 발레에 대한 저작권을 행사할 수 있을 따름이다. 또한 발레의 연출자는 해당 발레에 관여한 실연자로서 그의 실연 자체에 대한 복제권 및 방송권 등 저작인접권을 가질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발레 작품의 제작 기획자가 제작과정 및 공연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조율과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발레 무용의 완성에 창작적으로 기여한 바가 없는 이상 독자적인 저작권자라고 볼 수 없고, 창작적 안무에 관여하지 않고 기획의도에 맞게 창작자인 안무가에게 안무의 수정을 요구하였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발레 작품의 공동저작자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업무상저작물 여부에 대해서도 저작권법 제9조에서 규정한 업무상저작물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저작물이 법인 등과 고용관계 내지 적어도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받는 저작자에 의하여 작성되어야 하는바, 예술감독인 원고와 안무가인 피고 사이의 업무수행 방법, 정산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고용관계 또는 실질적인 지휘·감독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발레작품이 '업무상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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