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처방전에 따라 조제된 알약의 조제료를 지불하지 않고 다시 가루약으로 조제해 달라는 환자의 요구를 거부한 약사에게 내려진 면허정지처분은 위법·부당하다는 행정심판 결정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조제가 끝난 알약 대신 가루약으로 조제 해달라는 환자의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자격정지처분을 당한 약사가 제기한 행정심판 청구를 인용해 보건복지부의 약사면허자격정지처분을 취소했다고 8일 밝혔다.
경기도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는 2017년 12월경 알약 처방전을 갖고 온 환자 보호자 B씨에게 처방전에 따라 알약을 조제하고 복약지도를 한 후 조제료를 청구했다. 그런데, 환자 보호자는 가루약으로 바꿔 달라고 하면서 조제료를 내지 않은 채 병원에서 가루약 처방전을 다시 받아와 조제를 요구했다.
이에 A씨가 “알약 조제가 끝났으니 알약 조제료를 먼저 줘야 가루약을 조제해 줄 수 있다.”라고 하자 B씨는 A씨를 약사법 위반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약사법은 약국에서 조제에 종사하는 약사 또는 한약사가 조제 요구를 받으면 정당한 이유 없이 조제를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2018년 3월 약사 A씨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했고, 보건복지부는 올해 3월 A씨가 약사법을 위반했다며 7일의 약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약국에서 조제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가루약 조제를 요청하지 않은 환자 보호자에게 잘못이 있다. 알약 처방전에 따라 알약을 조제 해 주고 복약지도까지 한 약사 A씨에게는 환자 보호자에게 조제료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발생했다.”고 판단하면서, “따라서 알약 조제료를 지불하지 않은 환자 보호자에게 조제료 지급을 요구하며 가루약 조제를 거부한 A씨에게는 정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약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은 위법·부당하다.”고 결정했다.
국민권익위원회 민성심 행정심판국장은 이번 재결에 대해 “정당한 이유 없이 조제를 거부한 행위에 대해서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엄격하게 제재해야 하겠지만, 약사들이 부당하게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없도록 거부행위의 동기, 내용 등 구체적인 사정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