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4년 전에 이혼한 前처의 주거지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침입해 안방 장롱 위에 음성녹음기를 몰래 설치하고 前처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50대 남성에게 법원이 통신비밀보호법위반죄와 주거침입죄를 인정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일용직근로자인 50대의 A씨는 B씨와 부부관계였다가 2017년 8월경 이혼했다.
그런데, A씨는 전처 B씨의 남자관계를 의심해 통화내용을 녹음하기로 마음먹고, 2020년 11월 중순경 4일간 매일 오후 각 1회씩 총 4회에 걸쳐 B씨의 집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 B씨의 통화내용을 녹음할 목적으로, 안방 장롱 위에 음성녹음기를 설치한 후, B씨와 친구 C씨 간의 통화내용과 B씨와 어머니 D씨 간의 통화내용을 녹음했다.
광주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정지선 부장판사, 임영실·김경중 판사)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및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 A씨에게 “피고인을 징역 6개월 및 자격정지 1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1년간 위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게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광주지방법원 2021고합110)
재판부는 이 사건 판결문에서 먼저 “피고인은 4일 동안 매일 피해자의 대화를 녹음할 목적으로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해 녹음기를 설치했고, 피해자의 비공개 대화 총 2건을 녹음했다. 이 사건 범행과 같이 타인간의 사적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통신의 자유와 사생활 비밀의 자유를 침해하는 범죄이므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 피고인은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고,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다. 피고인은 피해자와 약 20년 동안 부부관계였고, 이혼 이후에도 피고인과 자녀들과의 교류를 위해 피해자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주어 피해자의 주거에 비교적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다. 피고인이 이와 같이 이미 알고 있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피해자의 주거에 들어간 점, 녹음된 대화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실제의 침해 정도가 중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피고인은 10년 전까지 다른 범죄로 총 3회의 벌금형에 처해진 전력만이 있다. 그밖에 피고인의 성행, 직업, 가족관계, 범행의 경위 및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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