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국가인권위원회 침해구제제1위원회(위원장 박찬운, 위원 임성택·석원정)가 서울남대문경찰서장에게 1인 시위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관련 업무 담당 경찰들을 대상으로 사례를 전파하고 관련 직무교육을 실시하도록 권고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A씨 등 6인은 2019년 10월 25일부터 10월 27일까지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인상 반대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규탄한다. 미국에 방위비분담금 한 푼도 줄 수 없다. 정의로운 대학생 4명을 석방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미국 대사관저 정문으로 향했다.
그런데, 경찰관들이 이를 미신고 불법집회로 규정하면서 ‘미국 대사관저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이를 촬영하려는 피해자들을 제지했다.
이에 A씨 등 7인은 경찰의 1인 시위 방해와 이를 촬영한 시위조력자의 카메라를 강제로 압수하려 하고 또 영상을 지우게 한 행위가 인권침해라고 주장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피진정인 경찰관들은 “피해자가 미 대사관저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를 희망했으나, 주변에 진정인 등 3명이 동행하고 있어 순수한 1인 시위로 보기 어려웠다.”고 주장하면서, “또한 미 대사관저 월담사건이 있은 후 미 국무부 등이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한국정부에 미 대사관에 대한 보호노력을 강화해 달라고 촉구하기도 하였던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에 따라 범죄를 예방·제지하고,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 제22조의 2호에 따라 미 대사관저에 대한 어떠한 침입이나 손해에 대해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위해, 피해자에게 정동 분수대 방면 인도(관저 경계지점 울타리에서 2m 이내)로 이동해서 1인 시위를 진행하도록 안내했다.”고 진술했다.
1인 시위는 본질적으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서 규정하는 다수인이 참여하는 집회나 시위 개념에 들지 않지만, 릴레이 형식의 1인 시위 및 시위 모습을 사진 및 영상으로 촬영해 SNS에 활용하기 위해 협조자가 있는 경우 등을 1인 시위의 범위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어 왔다.
이 사건을 심리한 인권위 침해구제제1위원회는, “1인 시위자 옆에 다수인이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시간대에 시위현장에 머물렀더라도, 그것이 시위자를 조력하는 것에 불과하고 다중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이는 것에는 미치지 않는다면, 집시법상 집회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2인 이상이 동일 시간에 동일 장소에 있다는 이유로 집회로 간주하게 된다면 집시법 적용을 피해 표현의 자유를 행사해온 시민의 자유가 본질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또한 인권위 침해구제제1위원회는, “이 사건의 1인 시위가 사실상 집회에 해당했다면, 정동분수대 근처에서의 1인 시위도 집시법을 적용해 무신고 집회로 단속이 가능했을 텐데, 피진정인들이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이 사건의 단속이 오로지 미 대사관저 정문 앞의 1인 시위를 막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기 부족하지 않다.”고 보았다.
더불어 “설령 피해자들이 실제로는 집회의 개최 등 돌발 상황을 계획하고 있었다 할지라도, 소수에 불과한 피해자들의 규모를 감안하면 1인 시위 자체를 처음부터 막을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공동으로 시위에 가담해 다중의 위력을 구체화하거나 공관 담장 쪽으로 적극적으로 이동해 물리적 위험 발생이 현저히 우려될 경우에 저지하는 것이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에 따라 1인 시위를 제지했다는 피진정인의 주장에 대해서는, “당시 피해자들의 1인 시위 피켓내용은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인상‘에 대한 비판적 의사를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았고,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타인에게 위해를 줄 만한 부적절한 표현을 시위내용으로 하지 않았으며, 도로의 교통을 방해하거나 불편을 주는 장소가 아니었기에 과거 종종 같은 곳에서 1인 시위가 있었던 점과, 피진정인들이 즉시 제지해야 할 정도로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반하는 구체적인 위법행위가 발생한 상황도 아니었던 점 등을 보아 해당 법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행정상 즉시강제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아울러,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상 이러한 조치가 불가피한 것이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22조 제2호는 공관지역을 보호하고 공관의 안녕과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개괄적이고 일반적인 의무를 의미하는 것으로, 공관지역에서의 1인 시위를 금지하는 등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근거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한편, 경찰이 시위조력자의 카메라를 강제로 압수하려 하고 영상을 지우게 하였다는 진정 부분에 대해서는, “지나가던 행인이 먼저 영상삭제를 요구해 경찰이 그 이후 영상삭제를 언급했고, 관련 영상자료에서 경찰이 카메라를 압수하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해 기각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