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5·18민주화운동 관련 피해자들이 특별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는 추가로 국가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헌법재판소는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보상금 지급 결정에 동의하면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도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보는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등(5·18보상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2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선고했다.(2019헌가17)
5·18민주화운동 관련 피해자들인 A씨 등은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및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치된 광주민주화운동(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대한민국으로부터 보상금, 의료지원금, 생활지원금 및 기타 지원금 등을 지급받았다.
이후 이들은 2018년 12월 대한민국을 상대로 군 수사관 등의 가혹행위 등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해 발생한 정신적 손해 등의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이 소송 계속 중에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2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광주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2019년 5월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이 사건의 심판대상인 구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16조(다른 법률에 의한 보상등과의 관계 등) 제2항은 “이 법에 의한 보상금 등의 지급결정은 신청인이 동의한 때에는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상 화해가 성립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발생해 피해자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더 이상 청구할 수 없도록 제한된다.
광주지방법원은 위헌법률심판제청 이유로 “5·18보상법상의 보상금 등에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이처럼 정신적 손해에 대해 적절한 배상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적극적·소극적 손해의 배상에 상응하는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마저 금지하는 것은, 해당 손해에 대한 적절한 배상을 전제로 국가배상청구권 행사를 제한하려 한 입법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적시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헌법재판소는 먼저 “헌법은 제23조 제1항에서 일반적 재산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제29조 제1항에서 국가배상청구권을 별도로 규정함으로써,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경우 국민이 국가에 대해 재산적·정신적 손해에 대한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특별히 보장하고 있다.”면서, “5·18보상법 및 시행령의 관련조항을 살펴보면, 적극적·소극적 손해에 대한 배상은 고려되고 있음에 반해 정신적 손해배상에 상응하는 항목은 존재하지 아니하고, 보상심의위원회가 보상금 등 항목을 산정함에 있어 정신적 손해를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도 발견되지 않는다. 따라서 그러한 내용의 보상금 등 지급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적절한 배상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적극적·소극적 손해의 배상에 상응하는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까지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바, 이는 국가배상청구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5·18보상법은 보상금 등 산정에 있어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으므로, 정신적 손해와 무관한 보상금 등을 지급한 다음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청구 마저 금지하는 것은 적절한 손해배상을 전제로 한 관련자의 신속한 구제와 지급결정에 대한 안정성 부여라는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제한되는 사익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적절한 배상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박탈되는 것으로서, 그 제한의 정도가 지나치게 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에도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돼 관련자와 그 유족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면서 5·18보상법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앞서 2018년 8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과 유사한 내용을 규정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조항에 대해 일부 위헌결정을 선고(2014헌바180등 결정)한바 있는데, 이번 결정도 같은 취지에서 국가배상청구권의 침해를 인정한 것이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용빈 대변인(광주 광산구갑, 초선)은 30일 논평을 내고 “헌법재판소가 5·18 피해배상과 관련해서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한 현행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을 환영한다.”면서, 지난해 8월 자신이 대표발의한 ‘5·18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위해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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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이용빈 의원 |
이용빈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5·18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5·18 피해자들에 대해 충분한 보상이 되지 못했고, 대다수가 고령인 상황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5·18 유공자분들에게 연금 형태의 보훈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용빈 의원은 “이번 헌재 결정으로 5·18 피해자들이 일시보상을 받았기 때문에 보훈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것이 이중보상이라는 주장과 다른 보훈대상자와의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되었다.”면서,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해당 상임위에서 적극적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