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손견정 기자] 국가인권위원회는 14일 법무부가 발표한 제주 예멘 난민신청자 심사 결과에 대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단순 불인정된 56명의 신변과 인도적 체류자들이 처할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이번 심사를 통해 드러난 난민보호 정책의 문제점을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도록 재정비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청장 김도균)은 이날 올해 6월 25일부터 심사한 484명의 예멘 난민 신청자들 중 ‘난민인정 2명, 인도적 체류허가 412명,’ ‘단순 불인정은 56명’, 직권종료(난민신청을 철회하였거나 출국 후 재입국기간 내에 입국하지 않은 자) 14명으로 발표하면서,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은 신청자들은 “본국의 내전이나 반군의 강제징집을 피해 한국에 입국해 난민 지위를 신청한 사람”이기 때문에 난민지위를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이번에 난민인정 결정이 된 2명에 대해 “언론인 출신으로 후티반군 등에 비판적인 기사 등을 작성·게시해 후티반군 등에 의해 납치, 살해협박 등을 당했으며, 향후에도 박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성명에서 “난민인정의 요건이 되는 ‘박해’는 ‘생명, 신체 또는 자유에 대한 위협을 비롯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나 차별을 야기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유엔난민기구는 2015년 4월 ‘예멘 귀환에 관한 입장’ 발표에서 예멘을 탈출한 민간인에게 영토 접근을 허가하고, 예멘인의 강제 귀환을 중단하도록 각국에 권고했으며, 이를 근거로 예멘 난민신청자들은 국제적으로 ‘강제송환을 할 수 없는 대상’으로 인정되고 있다. 또한 ‘내전이나 강제징집 피신’은 가장 일반적인 난민 보호 사유 중 하나이므로 난민불인정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난민인정자가 단 2명에 불과하고 다수의 인도적체류 허가를 결정한 것이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난민 심사라기보다 난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급히 무마하기 위한 일률적인 결정이라는 지적도 있다.”면서, “법무부는 단순 불인정 받은 56명에 대해 ‘제3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자’와 ‘범죄혐의 등으로 국내 체류가 부적절한 자’였다고 밝혔으나, 이 같은 사유가 ‘난민법’과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난민협약)의 난민제한 사유에 명확히 부합하는지도 알 수 없다. 난민불인정의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이의신청 등이 있을 경우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412명의 인도적체류자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법무부도 인정했듯, 이들은 심각한 내전 상황과 경유했던 제3국에서의 불안정한 체류와 체포, 구금 가능성 등으로 추방할 경우 생명 또는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을 우려가 높기 때문에 일정기간 이상 장기간 체류가 불가피하다.”면서, “그런데 인도적체류자는 1년 단위로 체류기간을 연장해야하고, 처우규정도 취업허가 뿐이므로 안정적인 체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어서 이와 관련된 문제 해결을 위한 법령 및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난민에 대한 일부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이유로 난민 인정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히 적용하거나 제한을 가하는 것은 난민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난민에 대한 불안감과 배제를 강화할 뿐”이라면서, “정부는 난민심사가 난민법과 난민협약 및 국제인권조약의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끝으로 “인권위는 우리 정부가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난민정책을 재정비하고 난민 보호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대책을 마련할 것을 기대하며, 인권위 또한 난민 인권 개선을 위해 심사과정 등의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해 나가는 등 관련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규정>
◆ 난민법
제19조(난민인정의 제한) 법무부장관은 난민신청자가 난민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도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된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제18조제1항에도 불구하고 난민불인정결정을 할 수 있다.
1. 유엔난민기구 외에 유엔의 다른 기구 또는 기관으로부터 보호 또는 원조를 현재 받고 있는 경우. 다만, 그러한 보호 또는 원조를 현재 받고 있는 사람의 지위가 국제연합총회에 의하여 채택된 관련 결의문에 따라 최종적으로 해결됨이 없이 그러한 보호 또는 원조의 부여가 어떠한 이유로 중지되는 경우는 제외한다.
2. 국제조약 또는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에서 정하는 세계평화에 반하는 범죄, 전쟁범죄 또는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
3.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전에 대한민국 밖에서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경우
4. 국제연합의 목적과 원칙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경우
◆ 난민협약
제1조 F. 이 협약의 규정은 다음의 어느 것에 해당한다고 간주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게는 적용하 지 아니한다.
(a) 평화에 대한 범죄, 전쟁범죄 또는 인도에 대한 범죄에 관하여 규정하는 국제문서에 정 하여진 그러한 범죄를 범한 자.
(b) 난민으로서 피난국에 입국하는 것이 허가되기 전에 그 국가 밖에서 중대한 비정치적 범 죄를 범한 자.
(c) 국제연합의 목적과 원칙에 반하는 행위를 행한 자.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