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손견정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민사소송 등 재판과정에서 수어통역지원 비용을 신청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대법원장에게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실질적으로 동등한 수준으로 사법절차 및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청각장애 2급인 최모씨는 2017년 가사사건으로 소송을 진행하던 중 장애인사법지원과 청각장애인 수어통역지원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수어통역지원에 따른 예납명령을 해 비용을 납부해야만 했다. 이에 최씨는 이처럼 청각장애인이 재판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것은 장애인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소송비용 국가부담을 원칙으로 하는 형사소송과는 달리, 민사‧가사소송의 경우 소요비용은 당사자 부담이 원칙이라면서,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어통역 소요비용은 신청한 당사자가 예납해야 하며, 소송구조제도를 통해 비용의 납입을 유예 또는 면제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심리한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위원장 정상환, 위원 조현욱·김민호)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 제4항에 의거, 재판 진행과정에서 수어통역 등 지원은 단순히 해당 편의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의 제공 뿐 아니라, 장애인에게 비용부담 없이 편의를 제공해 실질적인 평등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민사소송 중 수어통역 등 서비스비용을 장애인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장애인에게 비장애인과 실질적으로 동등한 수준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대법원장에게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실질적으로 동등한 수준으로 민사소송 및 가사소송절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민사소송규칙’ 또는 ‘소송구조제도의 운영에 관한 예규’ 개정 등을 통해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이 사건 관련 법규정>
◆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의 차별금지)
④ 공공기관 및 그 소속원은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를 장애인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실질적으로 동등한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여야 하며, 이를 위하여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