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김명훈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국방부장관의 ‘군(軍) 내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 지시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고 강제 전역당한 당시 군법무관이 10년 만에 명예를 회복하게 됐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는 복종의무와 사전건의 의무 등을 위반했다며 국방부가 2008년 당시 군법무관이던 박지웅 변호사에게 내린 징계와 강제전역 처분을 취소할 것을 국방부에 권고했고, 국방부는 권익위의 권고를 수용해 지난달 징계처분과 강제전역 처분을 모두 취소했다고 13일 밝혔다.

박지웅(사법연수원 37기) 육군법무관은 2008년 9월 국방부장관이 각 군에 보낸 ‘군내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 지시가 장병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지영준·신성수·신종범·이환범·한창완 등 다른 군법무관 5명과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국방부는 이들에 대해 복종의무 및 사전건의 의무 위반과 군무 외 집단행위 금지 위반 등을 이유로 징계처분을 내렸다. 특히, 박지웅·지영준 군법무관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을 주도하고 언론에 보도되게 했다며 중징계인 ‘파면’ 처분을, 나머지 군법무관들에게는 감봉, 근신, 견책유예 등의 경징계 처분을 했다.

6명의 군법무관은 이후 2009년 4월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징계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해 박지웅·지영준 군법무관은 ‘파면 취소’, 나머지는 ‘징계 정당’의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부대로 복귀한 박지웅·지영준 군법무관은 처음부터 지시를 불복종할 목적으로 사전에 허가 없이 헌법소원을 제기해 군의 지휘체계 문란을 야기했다는 등의 동일사유로 2011년 다시 ‘정직 1개월’의 징계처분을 받고 이에 따라 2012년 강제전역 조치를 당했다.

이에 지영준 변호사는 다시 2012년 11월 국방부장관과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정직 및 강제전역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올해 3월 “헌법소원의 제기는 복종의무 위반이 아니므로 징계처분은 위법하고 이에 따른 전역처분은 무효다.”라는 내용의 대법원 판결을 받았고, 올해 8월 서울고등법원 파기환송심 판결이 확정됐다.

국방부는 확정판결에 따라 올해 8월 지영준 전 군법무관에 대한 징계처분을 취소하고 현역복무부적합 결정으로 내린 강제전역 조치를 취소했다.

박지웅 변호사는 지영준 변호사에 대한 확정판결에 따라 자신에게 내려진 징계와 강제전역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국방부에 요청했으나 국방부는 징계처분을 한 기관이 스스로 처분을 취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박지웅 변호사는 부당하게 당한 징계와 강제전역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심의한 권익위는 ▶ 징계사유, 징계처분 내용, 징계에 대한 위법성 인정 이유가 박지웅씨와 지영준씨 모두 같아 권리구제와 명예회복의 필요성 측면에서 달리 볼 이유가 없는 점 ▶ 판결취지와 정의 관념에도 부합하지 않는 점 ▶ 박지웅씨에 대한 징계 및 강제전역처분을 그대로 유지시키는 것은 부당한 점 등을 이유로 징계 및 강제전역 처분을 취소할 것을 국방부에 권고했다.

국방부는 권익위의 권고를 수용해 지난달 24일 징계처분을, 같은 달 31일 강제전역 처분을 취소했다. 이로써 박지웅 변호사는 징계와 강제전역으로 잃어버렸던 자신의 권리와 명예를 10년 만에 되찾았다.

국민권익위원회 권근상 고충처리국장은 “비록 늦었지만 민원인의 권리와 명예 회복이 이루어져 다행”이라면서, “앞으로도 군인 권리침해에 대한 구제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