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손견정 기자] 청년변호사단체인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김정욱 변호사)가 이달 1일 세무사 직무에 ‘조세에 관한 소송대리’를 추가하고 ‘조세소송대리인 자격시험’ 제도를 신설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된 것에 대해 “조세소송 확대를 빌미로 국가 사법권 체계를 뒤흔들고자 하는 중대한 사태”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한국법조인협회는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변호사들이 설립한 청년 변호사단체로 현재 3천여 명의 변호사가 참여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정우(경기 군포시갑) 의원이 대표발의한 ‘세무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김정우 의원은 이번 법안 제안이유에서 먼저 “현행 조세에 관한 사법절차상의 소송대리는 변호사에 전속되어 있어 조세분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소액조세분쟁의 경우 과다한 소송비용부담 때문에 납세자가 소송을 포기하고 있다.”면서, “특히, 과세당국의 조세소송 패소율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가로부터 위법한 조세부과처분을 받아도 비용부담으로 인하여 납세자가 자신의 권리구제를 포기하게 된다면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재산권’과 ‘재 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와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세무사의 소송대리 참여를 가능하도록 하여 조세소송에 있어서 소송당사자의 권리구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세무사의 조세에 관한 소송대리권이 인정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김정우 의원은 “현행 법학전문대학원의 체제와 변호사 시험제도로는 세무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를 양성하기 어렵고, 세무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법률가의 수가 너무 적기 때문에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충분히 보장하기 위한 조세에 관한 소송대리를 담당하는 데에는 역부족”이라면서, “그런데 세무사는 조세에 관한 신고, 과세전적부심사청구, 이의신청, 심판청구 등의 대리를 거치면서 사건의 내용, 증명자료, 해당 법리 및 쟁점 등을 정리하고 있어서 소송에서도 그간의 증명자료와 주장 등을 정리하면 쉽고 빠르게 소송에 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 의원은 “따라서 조세에 관한 전문지식을 가진 세무사에게 조세에 관한 소송대리권을 부여함으로써 법률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소송 전 포기되는 다수의 소액조세분쟁의 경우 저렴한 비용과 양질의 전문화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납세자의 권리구제에 기여하려는 것”이라고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김정우 의원이 대표발의한 ‘세무사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더불어민주당 강병원·김두관·김진표·백재현·안규백·유승희·전혜숙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광림·이종구 의원, 바른미래당 주승용 의원, 민주평화당 유성엽이 공동발의로 참여했다.

이에 대해 한국법조인협회는 9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개정안의 주장에 따른다면, 의료소송은 의사가, 교육소송은 교사가, 건설소송은 건축사가 진행해야 할 것으로 한마디로 난센스, 당찮은 말에 불과하다.”면서, “본시 소송대리는 단순한 법률서비스 직무가 아니라 법치주의와 삼권분립, 나아가 국가 사법권 체계를 뒷받침하는 주춧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위 개정안은 이를 기초부터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하면서도 그 중대성에 대해서 일절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법조인협회는 “나아가 해당 법안에 대하여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 일각에서 찬성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는 참담한 소식마저 전해지고 있다.”면서, “이는 세무사 중 상당수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전직 세무공무원들에 대한 전관예우 차원의 행위가 아닌지 깊이 의심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으며 특히 법안 찬성 의원에 김진표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의혹을 더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행위는 의사의, 교육은 교사의 전문 영역으로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통해 국민 복리를 증진하고 있으며 변호사에게 있어 소송 영역 또한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러한 전문 영역을 누군가에게로 확대하는 경우에는 국가적차원의 중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그런데 이번 사안의 경우에는 아무런 검토나 논의가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한 지역에 의료원을 철거하는 일에서도 공청회가 있음인데, 법치주의를 허물고 국가 사법 체계를 부수는 사안을 국회 기획재정위의 밀실 결정을 통해 법안으로 공표한다는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한국법조인협회는 “또한 세무사가 조세에 관한 신고 등을 할 수 있어 증명자료와 주장을 잘 정리할 수 있다는 이점을 내세워 위 개정안이 제출된 것으로 보이나 이러한 정도의 조세 지식으로 납세 처분에 불복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법익 보호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면서, “소송에 있어서는 단지 세법뿐만 아니라 헌법·민법·형법을 비롯한 행정법 및 소송법들에 대한 총체적 지식이 있어야만 비로소 국민들의 ‘조세행정에 불복할 권리’가 정확하고 완벽하게 보호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법치주의의 근본 중 하나는 삼권분립이며, 삼권분립의 기초는 사법 체계의 독립성에 달려 있다. 나아가 사법 체계의 독립성은 법원과 검찰, 그리고 재야변호사들의 변호사회로 구성된 이른바 ‘법조삼륜(法曹三輪)’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따라서 재야변호사의 ‘소송대리권’은 단순히 일개 직무가 아니라 국가 사법권 체계를 뒷받침하는 근본이자 초석”이라면서, “위 개정안은 이러한 근간을 흔드는 시도이며 ‘편의성’, ‘비용절감’이라는 미명하에 시도되는 그저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법안 제출의 일환일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한국법조인협회는 “대한변호사협회와 법무부, 대법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이번 국회 기획재정위가 일으킨 변호사의 소송대리권 침해에 대한 반대 의견을 송부하는 등 적극 대처할 것”이라면서, “아울러 이러한 사태가 초래된 이유에는 그간 있었던 사법농단과 불신 사태가 있음을 자각하고 사법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국회 또한 법치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는 이번 법안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법조인협회는 끝으로 “대한변호사협회, 그리고 차기 대한변호사협회 및 서울변호사회의 집행부를 이끌고자 하는 후보자들에게도 호소한다. 이번 사태는 재야변호사의 직역을 중대하게 위협하며 국가 법치주의를 붕괴시킬 수 있는 핵심적인 사안”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미 지난 2017년 연말에 대한변호사협회는 그야말로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한 채 변호사의 세무사 겸직을 금지하는 세무사법 개정안 통과를 무력하게 내버려 둔 바가 있다.”면서, “이번 사안은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안건인바 반드시 이에 대하여 입장과 대책을 내놓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