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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헌법재판관 취임사 전문

“사회적·경제적 지위의 높고 낮음, 정치적 견해·종교·성별 등 어떠한 이유로도 기본권을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님을 비롯한 선배·동료 재판관님, 그리고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

저를 포함한 세분이 헌법재판관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오늘, 저희들을 축하하기 위하여 취임식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 출근을 위하여 헌법재판소 청사에 들어서니, 오랜 세월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온 백송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추위에 견디는 힘이 특히 강하다는 백송처럼, 그 동안 헌법재판소는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고 한국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는 중추 기관으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 구성원 여러분께 경의를 표합니다.

올해로 헌법재판소는 창립 3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짧은 역사임에도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뿌리내리고 국민의 기본권을 신장시키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여 왔습니다. 우리 사회가 지키고 추구해야 할 헌법적 가치를 선언하기도 하고 사회 변화를 선도하는 결정을 남김으로써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헌법재판관으로서 함께 동참하게 된 점을 영광스럽게 생각하면서도, 제가 앞으로 수행하여야 할 소임과 막중한 책임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저는 지난 30년간 법관으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분쟁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개인적인 능력과 노력은 부족하였지만, 개개의 사건에서 오만이나 편견을 경계하면서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판단하겠다는 자세로 재판에 임하여 왔습니다. 저는 헌법재판에 있어서도 재판의 독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헌법재판이 권력이나 다수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경계하여야 할 것입니다.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지금 대한민국은 보수와 진보로 대변되는 정치적·이념적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경제·성별·지역·세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헌법재판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선언하면서도 우리 사회가 통합될 수 있도록 조화와 화해를 모색하여야 할 것입니다. 어느 유명한 철학교수께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히 고쳐야 할 단점은 절대주의적 사고방식을 뒷받침하는 흑백논리라고 지적하셨습니다. 헌법재판이 흑백논리를 극복하고 우리 사회를 통합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우리 헌법 제10조가 규정하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의 헌법적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존재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기본권을 국민 모두에게 보장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는 국민들이 다수 존재함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저는 사회적·경제적 지위의 높고 낮음, 정치적 견해·종교·성별 등 어떠한 이유로도 기본권을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저는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업무나 이곳에서의 생활에 아직 익숙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제게 맡겨진 소임을 다 하기 위하여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선배 및 동료 재판관님들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며, 연구관 여러분들의 창의적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듣겠습니다. 그리고 직원 여러분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가까이 다가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헌법재판소에는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또한 국민들의 삶에 직결되는 수많은 정치적·사회적 현안이 집중될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국민들의 신뢰가 높아진 만큼 국민들께서 헌법재판소에 거는 기대 또한 높아질 것입니다. 저는 헌법재판관으로서 강한 신념과 소명의식으로 저에게 주어진 소임과 역할을 다 하겠습니다.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들의 도움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8. 10. 18.

헌법재판소 재판관 이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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