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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호 헌법재판관 퇴임사 전문, “헌법재판은 우리의 구체적 헌법 현실을 파악하고 헌법가치를 궁구하는 여정”

존경하는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제가 헌법재판관의 중책을 별 무리 없이 마치고 정든 재판소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07년도부터 2년간 헌법재판소에서 연구관으로 근무를 한 경험이 있어 우리 재판소에 대한 정이 더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른 아침에 출근하셔서 청소하고 나무를 잘 키워주신 아저씨, 아주머니!

청사를 방호하고 아침마다 반가운 인사와 맑은 웃음으로 맞이해 주신 청원경찰과 방호원 여러분!

헌신적으로 행정업무에 매진해 주신 사무처 직원 여러분!

열정적으로 연구업무에 충실하셨던 연구관 여러분!

그리고 평소 존경하는 소장님과 동료 재판관님!

그동안 부족하고 허물이 많은 저에게 베풀어 주신 은혜와 사랑에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저는 재판관으로 취임하면서, 인간에 대한 믿음과 사랑에 기초하여 헌법적 정의와 가치가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씀드렸었습니다.

헌법재판은 우리의 구체적 헌법 현실을 파악하고 헌법가치를 궁구하는 여정이었습니다.

보편적 인권의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역사적 맥락을 파악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우리 법문화와 사회적 담론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결정은 법질서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는 공허한 논리일 뿐이며, 사회통합에 오히려 역행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헌법 현실의 고려는 개인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구실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 전체의 인권이 신장되기 위한 것이어야 했습니다.

무엇이 공법이고 무엇이 공동체의 정의인지, 무엇이 사랑이고 무엇이 공동체 구성원의 인권인지, 무엇이 믿음이고 무엇이 공동체의 신뢰인지

부족하지만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역사 앞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항상 심사숙고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에겐 꿈이 있습니다.

갈등과 반목의 골이 평탄케 되고, 마음이 상한 분들이 치유함을 얻고, 국민 모두가 서로 사랑하는 공동체에 대한 꿈이 있습니다.

저에겐 꿈이 있습니다.

우리 구성원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하며 안전하고 행복하며, 도덕적으로는 수준 높고, 물질적으로도 풍요로운 그런 국가공동체에 대한 꿈이 있습니다.

저에겐 꿈이 있습니다.

이제 북한 땅에서도 자유롭게 원하는 것을 말하고, 자유롭게 신앙하며, 결핍과 공포로부터 자유로운 그런 곳이 되는 꿈이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재판소 가족 여러분!

윤동주의 서시로 저의 말씀을 맺고자 합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감사합니다.  


2018919

헌법재판관 안 창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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