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재판소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6년간의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행복하게 마치고,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여러분께 퇴직인사를 올립니다.
제가 1985. 9. 대구지방법원 판사로 임용된 이래, 33년 동안 법원 및 헌법재판소에서, 저에게 맡겨진 소임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그 동안 참으로 많은 분들, 특히 동료 재판관님들과 연구관 여러분 및 사무처 직원들께서, 여러모로 부족한 저를 아낌없이 도와주시고, 격려해주신 덕분입니다.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재판관으로 취임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오래도록 변하지 않을 헌법적 가치가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고, 대립하고 반목하는 사회를 통합하기 위하여, 편견 없는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다짐한 바 있습니다.
지난 6년간 이러한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 하였습니다만, 능력이 부족하여, 얼마만큼 제대로 소임을 다하였는지, 두려운 마음이 앞섭니다.
그동안 헌법재판관으로서 감당하여야 할, 역사적 책임과 시대적 사명을 생각하면, 어깨가 항상 무거워, 마음 편하게 보낸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합니다.
하지만 제가 헌법 수호 및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 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에서, 마지막 공직을 무난하게 마칠 수 있게 되어, 너무나 큰 영광이고, 또 행복하였습니다.
퇴임에 앞서, 지난 6년 동안 5기 재판부가 처리한 사건을 정리해 보니, 정말 정신없이 달려 온 것 같습니다.
총 접수건수가 무려 13,009건이었고, 그 중 3,215건을 전원재판부에서 종결 처리하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주심으로 처리한 사건이 1,671건이고, 그 중 380건을 전원재판부에서 종결 처리하였습니다.
사건 수가 이처럼 많은 것을 보면, 국민들이 헌법재판을 통한 기본권 보장을 얼마나 열망하고 있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담당한 사건이 많다 보니, 어떨 때는 좀 더 신중히 숙고하고 연구하여야 할 사건을 시간에 쫓겨 서둘러 처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였습니다.
사건 하나하나가 중요하지 않은 사건이 없겠습니다만, 앞으로 날로 증가하는 사건을 어떻게 하면, 선택과 집중을 통하여, 적정한 기간 내에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에 관하여도 진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여 집니다. 그리고 명백히 이유 없거나 이미 부적법 각하된 바 있었음에도 계속, 반복적으로 같은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남소를 방지할 대책도 조속히 마련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 동안 끊임없이 격려해주시고 도와주신 헌법재판소 가족과 여러 선후배 법조인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에게 보내주신 따뜻한 관심과 애정을 평생 잊지 않고 오래오래 간직하겠습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 받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되돌려 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이제 30살이 된 헌법재판소가 날로 날로 더욱 발전하기를 기원하고, 바쁘신 가운데도 귀중한 시간을 내시어,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재판소 가족을 비록한 모든 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감사합니다.
2018. 9. 19.
헌법재판관 김창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