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손견정 기자] 사법농단 관련 문건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양승태 前 대법원장 체제의 대법관들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요구가 법률가들로부터 강력히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이 1일 임기만료로 대법원을 떠났다.
3인의 대법관들은 이날 퇴임사에서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사과, 안타까움, 참담함을 표하면서도 “사법에 대한 신뢰가 더 이상 무너져 내려지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먼저 고영한(사법연수원 11기)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제가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저의 부덕의 소치로 인해 법원 가족은 물론 사법부를 사랑하는 많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요사이 법원 안팎에서 사법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내리고 사법권 독립이 훼손될 우려에 처해 있다고 걱정하는 소리가 높습니다. 이 부분 이야기에 이르면 저로서는 말할 자격이 없음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심정입니다.”라면서, “사법의 권위가 무너진 곳에서는 법관들이 재판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늦었지만 사법 권위의 하락이 멈춰지고 사법에 대한 신뢰가 더 이상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막아야 합니다. 내부의 잘못으로 허물어진 부분은 다시 일으켜 세우고 국민들과의 사이에 깊게 파인 골은 메워 나가야 합니다.”라고 밝혔다.
김창석(13기) 대법관은 “재판은 결코 합목적적인 여러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며, 하나밖에 없는 정의를 확인하여 선언하는 것”이라면서, “법원이 처한 현재의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아야 하고 오해가 있는 부분은 충분히 해명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국민과 나라를 위해서라면 사법작용 자체에 대한 신뢰마저 무분별하게 훼손되는 것만은 막아야 합니다. 이 나라가 기반으로 삼고 있는 법치주의에 대한 믿음이 무너져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라고 밝혔다.
김신(12기) 대법관은 “최근 대법원 재판이 거래의 대상이 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국민들에게 큰 실망과 충격을 드리게 되어 참담한 마음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라면서,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대한민국 대법관들이 무슨 거래를 위해 법과 양심에 어긋나는 재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히 확인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대법원에 상고되는 사건이 과다하여 대법원이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해 있습니다.”라면서, “사법부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국민 여러분과 정치권에서도 상고제도 전반을 잘 살펴서 적절한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임기만료로 대법원을 떠나는 3인의 대법관들의 퇴임사는 공허하게 들렸다.
이날 인권법학자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에 “양승태 대법관들이 즉각 사퇴해야 하는 이유에 대하여”라는 글을 올리며, “양승태 대법관들은 즉각 사퇴하라.”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박 교수는 “양승태 대법관들은 사법농단에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관여했다. 그들은 양승태가 무리하게 추진하는 상고법원 설립을 막기는커녕 철저히 동조했다.”면서, “아무리 변명을 한들 그들과 양승태는 공범관계임을 부정하기 힘들다.”다고 지적했다.
박찬운 교수는 “대법원은 쉴 수가 없다. 진상을 규명하는 기간에도 대법원은 일해야 한다. 오늘도 내일도 사건을 심리하고 판결해야 한다. 그 판결은 최종적인 것이라 잘못 판단하면 구제의 길이 사실상 없다.”면서, “이런 판결을 양승태 대법관들에게 계속 맡길 수 있겠는가. 그럴 수 없다. 그들이 내리는 판결은 이제 신뢰를 상실했다. 신뢰를 상실한 대법원에서 선고하는 판결은 더 이상 정의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사태가 이 정도 되었으면, 우리 사법에 일말의 책임을 갖는 대법관이라면, 국민들에게 사죄부터 하는 게 도리다. 그런데 사태가 일어난 지 1년이 넘었지만 어떤 자도 그러지 않았다.”면서, “양승태는 언어도단의 골목 기자회견으로 국민의 화를 키웠고, 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 고영한, 김소영은 사과는커녕 제대로 된 해명 한 번 하질 않았다. 그들이 한 일이라곤 대법원 재판은 사법농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변명성 성명을 낸 게 전부였다.”고 질타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