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손견정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의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에 반대하던 변협을 압박하기 위해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이 무효라는 결론을 미리 내놓고 판결을 기획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자 27일(금) 변호사단체들이 잇따라 비판 성명을 발표하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 관여 대법관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
2015. 7. 23. 형사성공보수약정 무효 등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영상 캡쳐화면 편집 |
|
먼저 26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에서 참고인조사를 받은 하창우(사법연수원 15기) 前 대한변호사협회장과 강신업(36기) 前 변협 공보이사는 ‘형사성공보수무효판결을 사전 기획하여 재판을 농단한 사법부를 규탄한다’는 입장문을 내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압수된 USB에서 발견된 다수의 문건에서 2015. 7. 23. 대법원이 선고한 형사성공보수 무효판결이 법원행정처의 사전 기획에 의해 농단된 판결임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하창우 前 변협회장에 따르면, 양승태 사법부의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에서 2015. 1. 23. 작성한 ‘대한변협 신임회장 대응 및 압박방안’이라는 문건이 있는데, 이 문건 중 ‘형사사건 성공보수 규제 도입 검토’라는 제목의 문서에는 형사사건 성공보수 관련 현행 규정 및 판례, 해외 입법례, 도입가능성 및 추진전략이라는 내용으로 형사성공보수약정을 무효화하는 방안이 담겨있었다.
나아가 양승태 대법원은 2015. 7. 23. 전원합의체에서 13명의 대법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이 민법 제103조에 규정된 사회질서나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법률행위라고 판결했다.(2015다200111)
하창우 前 변협회장은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자체를 비밀리에 추진해 사건 당사자인 변호사도 몰랐다.”면서 “판결의 결론을 미리 내리는 사전 기획을 하고 당시 대법관들이 이에 동조해 전원일치의 판결을 선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사법부가 변호사들을 볼모로 해서 판결을 농단한 것이다. 대한민국 사법부가 어떻게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참으로 통탄스럽다.”고 규탄했다.
이에 서울 1만 8천여 명의 변호사를 대표하는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이찬희)는 27일 오전 ‘대법원의 성공보수약정 무효판결 기획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내고, “인권보호, 법치주의 실현 등 다양한 공적 기능을 담당하는 변호사단체에 대한 명백한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변호사회는 특히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면담을 위해 준비한 ‘말씀자료’에서 성공보수 무효판결을 대법원의 '치적'으로 거론하며 정부에 상고법원 지원을 요청했다는 점”이라면서,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사법부가, 변호사단체에 대한 압박을 실적으로 삼으며, 정부에 거래를 요청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의 행위는 법조 3륜의 하나로서 국민의 인권, 방어권 등을 최우선 목표로 삼은 변호사단체에 대한 심각한 위협에 해당하며,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권 보호, 법치주의 실현, 공정한 사회 수립 등 다양한 공적 기능을 담당하는 변호사단체를 탄압하는 처사다. 이러한 대법원의 압박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변호사의 공적 기능을 위축시키고 나아가 법치주의의 형해화 및 사법질서의 혼란을 초래했다. 실제로 국민들은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법거래 정황을 목도하며 법원 판결의 신뢰성을 문제 삼고 있다.”면서, “국민의 인권, 방어권 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대법원의 형사사건 성공보수 무효화 방안을 규탄함과 동시에, 당국의 철저한 수사 및 관련자에 대한 처벌 등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나아가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 및 이를 통한 법치주의의 실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힘써나갈 것”이라면서, “헌법재판소 또한 대법원의 ‘형사사건 성공보수 무효판결’이 변호사단체를 압박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획 판결이라는 점, 위 판결 등으로 인하여 국민들의 법치주의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었다는 점 등을 감안해 현재 계류 중인 헌법소원심판을 신중하게 처리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어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도 27일 관련 성명을 내고, “대법원이 자기 조직의 이익을 위해 판결의 내용을 미리 기획하여 선고하였다는 것으로 법치주의 국가에서 상상할 수 없는 충격적이고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대한변협이 법정단체로서 존재하는 이유는 권력기관인 법원과 검찰 사이에서 국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감시자와 균형자의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모를 리 없는 법원이 대한변협 압박수단으로서 이 같은 판결을 기획하고 선고했다면 법률질서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로서 용납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형사사건 성공보수는 정당한 노력의 대가이므로 '합법'이고, 다만 지나치게 과도할 때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무효가 될 수 있을 뿐이다. 변호사의 이익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억울한 일을 당한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있어서도 순기능을 다해왔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의와 공평은 물론 구체적 타당성도 현저히 결여한 판결을 공개변론도 하지 않고 이례적으로 패스트트랙으로 진행했다.”면서, “대한변협은 대법원의 정치조직화, 이익조직화 현실을 목도했고,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변협은 끝으로 “형사성공보수 무효 전합판결에 법관의 양심에 어긋나게 참여한 대법관들은 사법의 독립과 신뢰를 무너뜨린 장본인이고 더 이상 이들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 즉각 사퇴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며 해당 전원합의체 판결에 관여한 대법관들의 사퇴를 촉구했고, 2015. 7. 27. 성공보수약정무효 대법원 판결 관련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국민의 권리구제 차원, 대법원의 정치조직화 제동 차원에서 헌법재판소의 올바른 결정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변협은 향후 전국 2만5천명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서명 작업과 회원들의 중지를 모아 대법원 앞에서 규탄대회를 개최하고 그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며, 성공보수 무효 기획판결 선고 이후, 약정된 성공보수를 지급받지 못한 회원 사례도 수집해 대응할 방침이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