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김명훈 기자] 약식명령 사건에 대한 피고인의 정식재판 청구 시 더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하고있는 불이익변경금지 규정을 삭제하고, 벌금형의 범위 내에서 형량 상향을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12월 1일(금)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약식명령’이란 벌금형 등의 선고가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비교적 경미한 지방법원 관할사건에 대해 검사의 청구로 공판절차 없이 서면심리만으로 약식절차에 따라 피고인에게 벌금, 과료 또는 몰수의 재산형을 과하는 간편한 재판절차를 말한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는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라고 불이익변경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6일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현행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은 도입된 취지와는 달리 정식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사망하는 등 피해가 확대된 경우와 공판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 경우, 피고인이 피해자를 회유하거나 증거를 조작해 약식명령을 받은 사실이 밝혀진 경우 또는 아래 사례에서와 같이 일부 피고인들이 벌금집행의 지연이나 불법영업의 연장수단으로 정식재판청구를 남용하는 경우 등에도 불이익변경금지원칙으로 인해 죄질이나 국민의 법감정에 맞지 아니한 가벼운 벌금형을 선고할 수 밖에 없어 정식재판청구가 범죄자에 대한 형벌 상한 보증제도로 전락하였다는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다고 제안이유를 설명한바 있다.▶ 접대원 고용사실이 적발돼 무허가 불법영업으로 약식명령을 선고받았음에도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지연시키기 위해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을 청구함으로써 대법원 판결 확정시까지 2년 2개월간 영업을 지속하는 사례
▶ 폭행죄로 약식명령 1백만원이 발부된 사건에서 해당 장면이 녹화된 CCTV가 조작되었다는 무리한 주장을 하면서 증인으로 11명을 신청하는 등 재판을 장기적으로 지연시키는 사건에서도 1백만원 이상의 벌금형 선고는 불가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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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또한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의 적용으로 서류재판인 약식명령의 결정이 공판절차를 거치는 정식재판 판결보다 우선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옴에 따라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 처벌을 할 수 없는 등 사법 정의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는 점도 개정안 제안이유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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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단독 법정 |
1997년 1월 1일에 시행된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은 도입 직후인 1997년의 정식재판 청구비율이 전체 사건 대비 1.8%(약 14,000건)에 불과했으나, 2016년 기준 약 10%(66,201건) 수준으로 폭증함으로써 법원의 재판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측면도 있었다. 일본의 경우에는 정식재판 청구비율이 0.1%에 불과(약 500건) 하다.
특히 2018. 1. 7.부터 벌금형 집행유예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 청구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식재판 청구권을 남용하는 일부 피고인에 대해서는 제재수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형사소송법은 징역형 등 형종의 변경은 불가하더라도 벌금형 범위 내에서 형량 상향은 가능하도록 하고, 이 경우 판결문에 상향이유를 기재하도록 했다.현행 형사소송법
| 개정 형사소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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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조의2(불이익변경의 금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
| 제457조의2(형종상향의 금지) ①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
②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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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관계자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정식재판을 남용하는 사례를 방지하고, 정식재판이 진정 필요한 사건은 더욱 충실한 심리를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반면,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정연순)은 1일 ‘국회가 정식재판 청구시 인정되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폐지한 것은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조치이다.’라는 성명을 내고,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민변은 “현재 검찰이 벌금액을 정해 약식으로 기소한 사건에 대해 법원은 당사자의 소명을 듣지 않은 채 검찰의 자료만을 토대로 약식명령을 내리고 있다. 약식명령의 심리과정에 당사자는 어떤 관여도 할 수 없고, 그 절차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의 약식재판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매우 큰 제도”라고 지적하면서, “법무부의 입장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보다는 사법서비스 종사자의 편의에 기댄 것일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이어, “국회가 통과시킨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종래의 법무부 안에 비해서는 완화되어 있지만 정식재판 청구시 기본적으로 인정돼 오던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을 폐지하였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약식재판 제도는 수사의 부실, 양형 기준의 객관성 결여, 법원의 형식적 심사, 정식재판 청구시 공소장일본주의 회피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면서, “이 기회에 약식재판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사법제도의 개혁에 관한 제1원칙은 재판과 행정효율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데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